도스토옙스키가 사랑한 그림들
아름다움은 인간을 구원하는가
조주관 지음 l 아르테 l 2만4000원
르네상스 3대 거장 라파엘로가 그린 <시스티나의 마돈나>(1512)는 먹거리보다 중요한가, 그렇지 않은가. 19세기 러시아 지식인 사회의 논쟁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1821~1881)의 장편소설 <악령>에서도 이어진다. 소설 속 인물 다수는 그림 무용론을 주장하지만, 작가의 대변인 스테판만은 “라파엘로가 농노해방, 사회개혁보다 더 가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라파엘로는 도스토옙스키가 가장 사랑한 화가다. 도스토옙스키는 서재에 걸린 라파엘로의 종교화 아래 소파에서 숨을 거뒀다고 한다.
책 지은이이자 러시아 문학 권위자인 조주관 연세대 명예교수(노어노문학)는 도스토옙스키가 감명받고, 집착한 그림을 통해 작가의 소설 세계로 안내한다. 도스토옙스키가 사랑한 그림 기록은 <작가 일기>와 아내의 <회고록>, 소설·미술평론에 남아 있다. 그는 소설에서 좋아하는 그림을 언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술평론도 했으며, 특정 화가들을 소설 속 인물 창조에 활용하기도 했다. 미술관을 “인간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하며, 미술관에서 자주 황홀경에 빠졌다.
도스토옙스키는 1867년 <시스티나의 마돈나>를 소장한 드레스덴 미술관(독일)에 방문했을 때, 미술관 구석 의자를 가져다 그 위에 올라가 그림을 보려 하다 직원에게 혼나기도 한다. 직원이 떠난 뒤 결국 의자에 올라 그림 속 마돈나의 얼굴을 보고야 만다. 도스토옙스키와 화가들의 삶, 미술작품 및 러시아 문화·사회에 대한 설명이 촘촘히 덧붙여져, 책에 언급된 그림과 소설을 알지 못해도 충분히 즐거운 읽기가 가능하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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