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
지나영 지음 l 21세기북스(2022)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가 ‘육아’라는 말이 있다. 육아 지옥, 독박 육아, 육아 스트레스, 육아 우울증 등 육아와 함께 쓰이는 단어들은 하나같이 부정적이거나 답답함마저 느껴진다. 그만큼 육아가 고되다는 의미일 터. 서점에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육아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다. 모든 상황과 사정에 딱 들어맞는 육아 조언은 불가능할 뿐더러 육아 조언이 반드시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정작 고된 육아에 시달리는 부모들은 그런 책을 읽으면서 잠시나마 마음의 평안과 위안을 얻는다.
우리나라는 ‘불안 조장 사회’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불안이나 공포를 조장하는 메시지가 주목받는다. 육아도 마찬가지다.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늘 불안감에 시달린다.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고 자책한다. 이런 사회 분위기 가운데 육아 책은 부모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거나 대리만족감을 선사하는 역할을 한다. <불량 육아> <닥치고 군대 육아> 등이 바로 그런 책들이다.
최근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며 인기를 끌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21세기북스)는 부모들에게 각성을 요구한다. 육아에 있어 비본질을 덜어내고 본질에 집중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계속해서 뭔가를 하라는 세상의 요란한 목소리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나와, 하지 말아야 할 것과 멈춰야 할 것을 구별하고, 더 애쓰지 말고 덜 애쓰라고 조언한다. 존스홉킨스 의대 소아정신과 전문의로서 20여년 동안 수많은 아이와 부모를 지켜본 지나영 교수는 육아를 위해 부모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지금의 대한민국 육아 문화에 냉정한 비판을 가한다. 텔레비전에서 유행하는 각종 상담 프로그램이나 전문가가 쓴 육아서도 육아의 본질을 외면한 채 비본질적인 처방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육아는 밥 짓기와 같다’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게 육아다’ ‘육아의 최종 목적지는 자립’ ‘육아의 본질은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치를 보여주고 가르치는 것’ 등의 가르침을 전하며 육아의 본질에 집중할 것을 권한다.
지나영 교수는 <마음이 흐르는 대로>(다산북스)라는 책을 통해 성공 가도를 달리던 자신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불행의 의미를 소개했다. 타인의 평가나 기준에 목매며 살아왔던 삶에서 이탈해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며 난치병에서 회복한 감동적인 이야기를 펼쳐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로 대한민국 사회의 불행 원인으로 꼽히는 육아 세계를 파헤친다. 육아가 더는 불행의 원인이 아니라 행복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차분한 어조로 부모를 설득한다.
구구절절 옳은 말들이 나열된 이 책의 주장에 대해 누구도 쉽게 딴지를 걸 수 없을 듯 보인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동안 자녀를 잘못 키운 것을 반성하는 부모도 많을 것 같다. 실제로 온라인 서점에 올라온 댓글을 보면 자기반성과 자아비판 일색이다. 하지만,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고 하지 않던가. 막상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아이를 맹훈련하는 조련사가 되는 것이 대부분 부모 모습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잘못한 자신을 비난하기보다 책을 읽은 자신을 칭찬하자. 자신을 칭찬할 줄 아는 부모가 자녀의 자랑거리도 찾을 수 있다고 하니 말이다.
홍순철/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