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왜 아프게 태어났을까, 그 물음의 답을 찾다
희정 글, 반올림 기획, 정택용 사진 l 오월의봄 l 1만8500원 ‘클린 룸’(clean room). 먼지 한 톨 없다며 삼성은 반도체 작업장에 이런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1999년 세계 최고 안전 사업장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기흥사업장에서만 27명이 직업병 산재 판정을 받고, 이 가운데 12명이 세상을 떠났다. 삼성은 사과했고, 보상을 약속했다. 그렇게 끝나는 듯했다. 아니었다. “우리 사회는 일하는 사람을 일회용품처럼 취급하지만, 유기적인 몸을 지닌 채 타인과 연결돼 살아가는 인간은 일회성 존재가 될 수 없었다. 피해마저 연결됐다.”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쓰인 생식독성물질에 수정란, 정자, 태아가 노출됐다.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아팠다. 이혜주(이하 가명)씨와 김수정씨의 아들은 신장 한 쪽이 없는 ‘콩팥무발생증’ 진단을 받았고, 정미선씨의 아들은 선천성거대결장증으로 대장 전부를 들어내는 수술을 했다. ‘클린 룸’에서 생식독성물질이 사용된다는 걸 이들은 “알고도 몰랐다”. 점점 더 불러오는 이들의 배를 보고도 사측 누구도 생식독성물질의 위험성을 일러주지 않았다. 뜸해지는 생리로, 지독한 두통으로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었다. 알려 했어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은 취급 정보 등을 직장 안에 비치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는 현장은 별로 없다. 이들이 겪은 ‘태아 산재’가 특정 사업장과 공정에서 일했던 소수에게만 일어난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생식독성물질에 노출된 가임기 여성은 국내 10만명”에 달한다. 일터가 나와 태아에게 얼마나 유해한지 파악하기는 여전히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 당장, 이 문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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