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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우리 안에서 ‘나’와 다른 것들이 깜박거린다

등록 2022-09-30 05:00수정 2022-09-30 10:08

다정한 서술자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l 민음사 l 1만5000원

대여섯살 소녀가 엄마의 처녀 시절 사진 속 모습이 왜 슬퍼 보이는지 물었다. 엄마는 “너를 그리워하느라” 그렇다고 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누군가를 그리워하면 그 사람이 거기 존재하게 되는 거란다.” 엄마의 이 말은 한 문학가의 내면에 ‘영혼’을 심어주고,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서술자를 선물했다.”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60)는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기조 강연을 이 이야기로 시작했다. 여기서 제목을 따온 책 <다정한 서술자>는 그가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이전에 쓴 에세이와 강연록 등을 묶은 책이다. 신화와 심리학 등 그의 독창적인 문학 세계에 바탕이 되는 이야기들로부터 환경 문제와 동물권, 연대 등에 대한 생각까지, 열두 편의 글들이 작가의 내면을 입체적으로 만나게 해준다.

올가 토카르추크. ⓒKarpati &amp; Zarewicz / ZAiKS
올가 토카르추크. ⓒKarpati & Zarewicz / ZAiKS

디지털 기술로 누구와도 교류할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이전보다 더 “다양한 일인칭 서술자가 서로를 향해 소리를 질러 대는 다중 음성의 세계”에 더욱 익숙해지고 있다. 지은이는 이렇게 “솔리스트들로만 구성된 합창단” 같은 세상 속에서 “상호 간의 영향과 연결이라는 통합적 관점을 조망하는 에너지”를 줄 수 있는 문학의 힘을 믿는다. 일인칭에 갇히지 않고 총체적이고 통합적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우리 내면 속 ‘서술자’의 존재, 그리고 ‘나’와 다른 존재들을 면밀하고 주의 깊게 바라볼 때 발현될 ‘다정함’이야말로 바로 그런 힘이다. “단일성과 통합성이라는 환상 대신 우리 안에는 깜박거리는 다중성과 함께 우리가 평생 소진할 수도 전부 실현할 수도 없는 무한한 잠재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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