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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뭉크는 “나를 침입하지마” 절규한 강박증자

등록 2006-03-02 18:39수정 2006-03-03 16:05

속마음을 들킨 위대한 예술가들<br>
서지형 지음. 시공사 펴냄. 1만3000원.
속마음을 들킨 위대한 예술가들
서지형 지음. 시공사 펴냄. 1만3000원.
잠깐독서

“예술가들은 아버지의 세계에 맞서 선봉에 서서 저항한 자들이다.”

아버지란 아이를 상상계의 세계에서 벗어나 사회, 법률, 체계 등과 같은 상징계의 세계로 진입시키는 ‘대타자’의 역할을 한다. 이에 맞서 자신과 본래 하나였던 어머니의 세계를 포기하지 않으려고 끊임없는 메시지를 보내는 이들이 예술가들이다. 그 결과로 얻은 것은 놀라운 상상력.

<속마음을 들킨 위대한 예술가들>(시공사 펴냄)을 요약하자면 그러하다. 또 하나의 미술책이라기보다는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분석이론을 말랑말랑하게 풀어가기 위해 명화의 협조를 받았다고나 할까. 그림을 하위에 놓는다고 해서 그림의 텍스트적 분석이 결코 성글진 않다. 12명의 예술가들의 숨겨진 심리를 찾기 위해 들이대는 저자의 시선은 오히려 날카롭다.

예컨대 뭉크의 <절규> 속으로 들어가 불안과 공포의 진원지를 수색해 보면, 자아형성기를 강박한 가족들의 잇단 죽음을 만나게 된다. 다섯 살 때 어머니가, 열세 살 때 큰누나와 여동생이 결핵과 정신착란으로 죽었다. 뭉크에게서 여성은 언제나 떠나야할 존재, 여성공포증은 타인의 침입을 거부하는 ‘강박증자’의 모습으로 팔레트에 녹아들었다. 반대로, 프리다 칼로는 타자중심적인 ‘히스테리자’로 자신을 남편인 디에고 리베라와 동일시한다. 여성편력과 돌출 행동으로 디에고는 언제나 프리다에게 눈물의 씨앗이었음에도 디에고를 향한 공격성은 그림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자기 스스로를 파괴하는 마조히즘의 우울증을 잉태한 자화상을 그려댔을 뿐이다. 또 철학적 물음을 던지는 초현실주의파 르네 마그리트의 ‘얼굴 없는 그림’들의 심연을 파고들면 흰 잠옷을 얼굴에 뒤집어쓴 채 강물로 뛰어들어 자살한 어머니가 있다.

이처럼 보통사람의 의식을 깨는 천재들의 무의식은 거세된 성적 욕망과 ‘아버지 죽이기’, 콤플렉스가 빚어낸 상처의 흔적이라는데, 다소 도식적임은 이 책의 한계이자 매력이다. 당신과 가장 닮은 예술가는 누구일까? 심리테스트는 부록.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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