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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동양평화론’에서 ‘창비 담론’까지 동아시아담론 100년

등록 2022-09-23 05:01수정 2022-09-24 13:29

동아시아담론의 계보와 미래
대안체제의 길
백영서 지음 l 나남출판 l 2만2000원

사학자 백영서 연세대 명예교수는 동아시아담론의 정립과 확산에 학문적 역량을 집중해온 학자다. <동아시아담론의 계보와 미래>는 지은이가 30여년간 천착해온 동아시아담론의 역사를 정리하고 그 미래를 가늠해보는 저작이다. 이 책이 힘주어 서술하는 곳은 제1부 ‘동아시아담론이 걸어온 길’이다. 지은이는 동아시아담론 가운데 특히 ‘동아시아 대안체제론’에 논의의 초점을 맞춘다.

동아시아담론이 우리 사회에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에 들어선 뒤의 일이지만, 그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20세기 초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에 이른다. 이 책은 <동양평화론>에서 시작해 1920년대 일제의 문화통치기에 발행된 잡지 <개벽>, 해방 뒤 냉전기에 나온 대중적 지식인 잡지 <사상계>와 반외세 민족주의 잡지 <청맥>, 그리고 그 뒤를 잇는 계간 <창비>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다.

1909년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 사살 뒤 뤼순감옥에서 저술한 <동양평화론>은 근대적 동아시아담론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뜻깊은 저작이다. 동시에 이 저술은 ‘정세론’ 곧 동아시아를 둘러싼 정세 분석과 ‘문명론’ 곧 동아시아 대안문명 모색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는 점에서도 특별한 주목을 요한다. 안중근은 동양(동아시아)의 평화가 조선의 독립과 서로 연동돼 있으며, 동양평화가 세계평화의 모델이 될 수 있음을 인식했다. 특히 지은이는 안중근이 가톨릭 신자로서 중국과 한국 가톨릭 신자들이 공유하던 혼의 이해를 바탕으로 삼아 모든 인류의 존엄과 평등 그리고 보편 평화를 주장한 점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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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평화론>을 쓴 안중근. 한겨레 자료사진

안중근이 물꼬를 튼 동아시아 대안체제론은 일제강점기 <개벽>과 해방 후 <사상계> <청맥>을 통과해 1990년대에 <창비>에서 꽃을 피웠다. 지은이가 각별히 관심을 보이는 것은 분단체제론과 동아시아론을 하나로 연결해 이해하려는 <창비>의 시도다. 그 신호탄이 된 것이 백낙청의 ‘분단체제의 인식을 위하여’(<창작과비평> 1992년 겨울호)와 최원식의 ‘탈냉전시대와 동아시아적 시각의 모색’(<창작과비평> 1993년 봄호)이다. 탈냉전이라는 세계사적 변화가 지구촌을 흔들던 그 시기에, 이 논문들은 한반도 분단체제의 변혁이 동아시아 평화의 근간이며 동아시아 평화가 세계사의 향방에 관건이 됨을 주창하고 나섰다. 이 책의 논의를 따라가면, 조선의 독립이 동양평화의 기틀이 되며 세계 평화를 기약한다는 100년 전 안중근의 인식이 <창비>의 담론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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