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마지막 비전향 장기수를 기록하다
민병래 지음 l 원더박스 l 2만원 한국에도 역사와 이념이 절대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어떤 이들만이 여전히 그 시절을 산다. 두 개의 나라에서 하나의 조국을 찾는 ‘비전향 장기수’. 이 책은 이 땅에 남은 마지막 11명(김영식·양희철·박종린·양원진·박순자·김교영·강남·박희성·이광근·조상이·오기태, 이들 중 현재 7명 생존)의 삶을 기록한 책이다. 남한의 경제력에 비할 바 없는 북한과의 통일이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시대, 까맣게 잊혀진 이들이다.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은 11명은 2000년 9월2일 63명의 비전향 장기수가 북으로 송환될 때 이미 전향했다는 이유로 한국에 남은 46명 중 인터뷰가 가능했던 이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고문에 의해 ‘강제 전향’했기에 줄곧 2차 송환을 요구해왔다. 5명의 대통령이 바뀌는 22년째 2차 송환만을 기다리던 이들은 이제 9명(인터뷰한 7명과 건강이 안 좋아 인터뷰하지 못한 2명)만이 생존해 있다. 이들에게 남은 것은 여전히 역사의식이나 이념이었을까. 그들이 직접 남긴 말을 들어보면, 그보다는 자신이 선택한 삶을 계속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던 것 같다. 1932년생 오기태는 이 책에 쓰여진 이야기를 남기고 사흘 뒤 눈을 감았다. 북에 두고 온 아내와 자녀 4명을 만나고 싶다는 그의 소원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의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이들의 삶을 기록한 작업만으로도 귀해 보인다. 이 책을 쓰며 ‘국가보안법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밝힌 민병래 작가는 “2차 송환은 철조망을 뚫고 탱크와 미사일을 밀어내며 만들어 갈 오솔길”이라고 강조한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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