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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가 되고 싶지 않으면… ‘건달 할배’ 채현국을 생각해요

등록 2022-09-04 18:26수정 2022-09-06 23:03

고 채현국 선생 1주기 추모집 나와
70년 지기 백낙청 선생 ‘현국이 생각’ 등
각별한 인연 37명 필자 회고담 모아
5일 출간기념회…‘아끼던 작가들’ 전시도
박재동 화백 그림 ‘쓴맛이 사는 맛’으로 꾸민 ‘건달할배 채현국과 친구들’ 표지. 도서출판 피플파워 제공
박재동 화백 그림 ‘쓴맛이 사는 맛’으로 꾸민 ‘건달할배 채현국과 친구들’ 표지. 도서출판 피플파워 제공
“지식을 가지면 ‘잘못된 옳은 소리’를 하기가 쉽다. 사람들은 ‘잘못 알고 있는 것’만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하는데 ‘확실하게 아는 것’도 고정관념이다. 세상에 ‘정답’이란 없다. 한 문제에 무수한 ‘해답’이 있을 뿐, 평생 그 해답을 찾기도 힘든데, 나만 옳고 나머지는 다 틀린 ‘정답’이라니…. 군사독재가 만든 악습이다. 박정희 이전엔 ‘정답’이란 말을 안 썼다. 모든 ‘옳다’는 소리에는 반드시 잘못이 있다.”

지난해 4월 별세한 고 채현국 선생이 남긴 수많은 ‘말씀’ 중에 한자락이다.

“그는 ‘확실하게 아는 것도 고정관념’이라는 명언을 남겼지만 완전히 확실치 않은 것을 단정적으로 말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그래도 그의 단정적인 발언들이 통쾌할 적이 더 많았으므로 나는 굳이 이견을 내고 다투려 하지 않았다.”

‘시대의 어른’으로 존경받았던 고인을 ‘현국이’라 부르며 이렇게 ‘토’를 달 수 있는 이는 누구일까? 바로 ‘70년 지기’ 백낙청(문학평론가·창작과비평 명예편집인) 선생이다. 9월 첫날 나온 1주기 추모문집 <건달할배 채현국과 친구들>(도서출판 피플파워)에서 백 선생은 ‘현국이 생각’이란 제목으로 고인과 각별한 인연을 이렇게 소개해놓았다.

“내가 채현국을 처음 만난 것은 대구 피난시절이었다. 대구에는 1952년 9월에 서울 피난 대구연합중학교가 설립되었다. 여기에 서울의 각기 다른 소속의 학생들이 모여서 공부했는데 거기서 학교도 다르고 학년도 다른 현국이와 만나 사귀게 되었다. 현국이는 나보다 나이가 많지만 학년은 하나 아래였는데, 초등학교 시절의 죽마고우 김상기가 원래 나와 동기이다가 사고를 당해 1년 묵는 바람에 현국이와 같은 학년이었고 어느새 나와 현국이도 너나들이하는 사이가 되었다.”

‘건달할배 채현국과 친구들’ 표지 그림은 박재동 화백.(왼쪽 사진) 1986년 1월 서울 원서동 공간화랑 초대전에서 함께한 생전의 민병산(왼쪽)·채현국 선생. 사진 도서출판 피플파워 제공
‘건달할배 채현국과 친구들’ 표지 그림은 박재동 화백.(왼쪽 사진) 1986년 1월 서울 원서동 공간화랑 초대전에서 함께한 생전의 민병산(왼쪽)·채현국 선생. 사진 도서출판 피플파워 제공
‘인사동 마당발’ 노광래 갤러리 씨네 부장이 기획하고, 2015년 인터뷰집 <풍운아 채현국>을 썼던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이 엮어낸 이 책에는 무려 37명의 글이 실렸다. 물론 저마다 생전의 일화와 추억을 담았지만, 워낙 다양한 스펙트럼의 필자들이어서 흔한 회고담을 넘어 한 시대의 풍경이 읽힌다.

‘명동, 관철동, 인사동 세 시절’ 황명걸 시인을 비롯해 고은광순 평화어머니회 상임대표, 김보경 작가, 김운성 소녀상 조각가, 김철환 대덕잡구 대표,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남난희 산악인, 박상희 조각가, 박영현 시인 겸 도예가, 복기대 인하대 교수, 서승 우석대 동아시아연구소장, 신경림 시인, 염무웅 국립한국문학관장, 이기흥 전 서울예대 재단 이사장, 이만주 춤비평가, 이용학 전 효암고 교장, 이종찬 전 국정원장, 임락경 목사, 전종덕 저술가, 정명숙 전 죽향 대표, 정상학 전 대구고등법원장, 최규일 전각가, 최정인 섬유공예작가, 허태수 춘천 성암예배당 목사. 채현국 선생에 대한 글을 모은 ‘제1부’의 필자들이다.

책에는 채현국 선생과 더불어 인사동의 풍류를 즐기다 먼저 하늘나로 소풍을 간, 고 민병산·박이엽·이계익·이구영·조관준·천상병 선생에 대한 회고담도 실렸다. 부록에는 ‘채현국-채희완 대담’, ‘부산무위당학교 강좌’ 전문을 수록해 말년까지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고자 치열하게 살았던 선생의 삶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한다.

“1970년대와 그 이전, 그리고 1980년대를 지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동시대를 살았던 많은 이들이 경험했던 현대사의 장면들이 책의 갈피 갈피에 녹아들어 있다. ‘건달할배’라는 말이 시사하는 바대로 바람처럼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이 질곡과 고난의 한 시대를 살아내면서 그 요구와 아픔에 정직하고 성실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다.”

편집자는 ‘봐주지 마라.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걸 잘 봐두어라. 너희들이 저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까딱하면 모두 저 꼴 되니 봐주면 안 된다’는 <한겨레> 인터뷰 때 명언을 소개하며 ‘꼰대가 되고 싶지 않은 젊은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5일 오후 2시 서울 삼일대로 에스케이허브에 있는 갤러리 씨네에서 책 출간기념회와 함께 <건달할배가 아끼던 작가 22인> 전시회도 개막한다. 김구림, 김종학, 신학철, 송대현, 김건희(거리 화가), 박정숙, 강찬모, 강용대, 이목일, 이존수, 이흥덕, 지혜자, 박불똥, 김익모, 성륜, 김운성, 변우식, 정연출 작가와 민병산(붓글씨), 정강자(유화), 강용대(별 화가), 중광, 임창열(물방울 화가) 등 작고 예인들의 작품도 나온다. 10월4일까지. (070)8873-7801.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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