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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영화보다 드라마틱한 독립운동의 사건과 인물들

등록 2022-09-02 05:01수정 2022-09-02 10:30

김달하(金達河)는 1925년 3월30일 중국 베이징 한 주택가에서 일본 밀정 혐의(임시정부 파괴공작)를 받고 살해당한다. 임경석
김달하(金達河)는 1925년 3월30일 중국 베이징 한 주택가에서 일본 밀정 혐의(임시정부 파괴공작)를 받고 살해당한다. 임경석

독립운동 열전 1, 2
잊힌 사건을 찾아서(1권), 잊힌 인물을 찾아서(2권)
임경석 지음 l 푸른역사 l 1권 1만9000원, 2권 2만원

1920년 1월4일, 함경북도 회령에서 출발한 현금 호송 행렬이 북간도 용정을 향해 길을 재촉했다. 어둑해질 무렵 일제의 철도 부설 자금 15만원을 호송하던 무장경관 등 6명은 괴한들의 습격을 받고 돈을 탈취당한다. 북간도 지역 청년 비밀결사 철혈광복단원들이 일제에 타격을 주고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으킨 이른바 ‘15만원 탈취사건’이다.

현재 구매력 기준 150억원 가량을 털린 일제는 비상이 걸렸다. 단원들은 러시아 땅인 블라디보스토크로 피신해 독립운동에 쓸 무기구매 계약까지 맺었지만, 1월31일 새벽 일본 헌병대에 의해 일망타진된다. 최봉설(최계립)이 총에 맞고도 격투 끝에 간신히 탈출해 채성하-채계복 부녀의 정성스러운 간호와 보호로 목숨을 건졌을 뿐, 윤준희·임국정·한상호는 이듬해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사형이 집행됐다. 당시 이들을 밀고한 이는 단원들이 무기구매를 의뢰했던 ‘독립군 선배’ 엄인섭. 1908년 여름 국내 진공작전 때 최선봉에 섰던 의병장이자 안중근과 의형제를 맺었던 이였다. 그에 관해, 일본 쪽 기록은 1908년 “(일본) 영사관에 출두하여 첩보자로서 고용해달라 청원”했다고 증언한다.

영화에 나올 법한 스토리지만,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사는 그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기쁘고,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독립운동 열전>은 그런 이야기들 속 다양한 인간군상을 다룬다. 레닌에게서 금화 330㎏을 받아 들여왔다가 횡령 등 혐의로 임시정부 경호원(경찰)들에 의해 총살당한 김립, 일제의 예방구금에 100일 넘게 단식으로 맞서다 옥사한 이한빈, 광주학생운동을 이끈 걸출한 청년지도자 장재성, 대한민국애국부인회 초대 회장이었지만 남편 강낙원과 함께 조직을 통째로 일제에 일러바치고 일가 안위를 보존한 오현주, 임시정부 파괴공작에 나섰다가 처단당한 김달하….

“사료를 읽다가 뜻하지 않게 놀랍고도 눈물겨운 일화를 접하곤 했”다는 저자는 “박제화된 영웅 서사”를 거부하는 한편 사회주의자 독립운동가들을 적극 발굴해 조망한다. 남에서는 오랜 세월 금기시됐던 존재인 그들 상당수는 북에서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다. 김일성 계열 항일투쟁이 과도하게 신격화되면서 리홍광, 허형식 등 그 이상으로 이름을 날렸던 지도자들조차 김일성 수하로 격하되거나 상대적으로 가려졌기 때문이다. 장삼이사들 “무명의 헌신”과 독립운동가 가족들의 심란했던 삶도 꼼꼼히 짚어, 읽는 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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