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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요즘 세대는 사치, 권위경멸…” 소크라테스는 틀렸다

등록 2022-09-02 05:01수정 2022-09-02 12:21

50년치 데이터로 ‘세대신화’ 맞서
‘젊은 세대에 갈등 책임론’ 비판도
베이비부머→X→M→Z세대 갈수록
“생애주기 지체…미래 위협” 진단
저출생의 원인과 대책도 전형적인 ‘세대 프레임’에서 논의되곤 한다. 한마디로 “전통과 가치를 허무는 젊은 세대”라는 통념과 비난투. 잘못된 ‘세대신화’는 결국 전 세대의 미래 불신을 키운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2022년 7월25일 서울시청 앞 광장 분수대에서 아이들이 뛰놀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저출생의 원인과 대책도 전형적인 ‘세대 프레임’에서 논의되곤 한다. 한마디로 “전통과 가치를 허무는 젊은 세대”라는 통념과 비난투. 잘못된 ‘세대신화’는 결국 전 세대의 미래 불신을 키운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2022년 7월25일 서울시청 앞 광장 분수대에서 아이들이 뛰놀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세대 감각
시대의 변화를 직시하는 법
바비 더피 지음, 이영래 옮김 l 어크로스 l 1만8000원

이 책은 같은 언론사의 기자들일지언정 세대별로 서평의 방점이 다를 만하다. 세대적 관점은 때로 신념보다 강하다. 언필칭 ‘세대전쟁’이 주요 국가의 사회적 위협으로 지목된다. 단, 이 수사는 교묘하다. 갈등·위협의 책임을 젊은이들에게 씌우는 서사의 은짬 때문이다.

본문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부터 꼽자면, 이 책을 쓰기 위해 30개국에서 진행했다는 설문조사 결과(2019년)다. 각 세대 특징으로 상위 5개씩이 일별됐다. Z세대(1996~2010년생)는 ‘기술적응력이 높은’(51%) -외 모두 부정적인- ‘물질주의적인’(44%) ‘이기적인’(39%) ‘게으른’(37%) ‘오만한’(34%) 부류, 그러니까 한마디로 ‘덜되거나 막된’ 군상이랄까. 그런데 이는 2년 전 나온 밀레니얼 세대(1985~95년생)에 관한 인식조사 결과와 놀랍도록 겹친다. 기술적응력이 높은(54%), 물질주의적인(45%), 이기적인(39%), 게으른(34%), 오만한(33%). 이 세대는 그러나 고작 2살을 더 먹은 2019년 -과연 뭘 먹었는지- ‘일을 우선하는’(37%), ‘기술적응력이 높은’(37%), ‘교양 있는’(35%), ‘야심 있는’(33%), ‘물질주의적인’(31%) 인류로 바뀐다.

세대별 출생 연도와 나이. 어크로스 제공
세대별 출생 연도와 나이. 어크로스 제공

영국의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킹스칼리지런던 공공정책학 교수인 저자는 말한다. “밀레니얼 세대가 ‘재탄생’한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 Z세대가 최악의 평가를 받는 세대로 운명지어진 것도 아니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젊은이들을 폄하하는 성향을 반영할 뿐이다.” Z세대가 밀레니얼 세대를 ‘사람’ 만든 셈인가. 이 지점, 놓쳐선 안 되는 질문이 있겠다. 누가 “폄하”하는가, 즉 누가 통념을 지배하는가. 저자가 2019년까지 50년치 전세계의 설문조사 데이터를 분석해 전개한 논리(영·미 중심이긴 하다)들을 거칠게 추리자면, 숫자로 자산으로 우위를 점해온 베이비부머 세대(1945~65년생)라 해도 좋고, 세대 분열에 기생하는 정치판이래도, 자극적 분석으로 ‘세대산업’을 벌이는 학계판, 경제판, 언론판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겠다. 저자의 말마따나 ‘오염된 세대 감각’의 배경이다.

세대론적 진실에 근접하려는 관문엔 불경기와 부동산, 교육·노동이 있다. 미국의 X세대(1966~79년생)는 45~49살 때 베이비부머의 같은 시절 대비, 밀레니얼 세대는 30~34살에 X세대의 같은 연령대에 견줘 실질소득이 각기 5%씩 줄었다. 1970~80년대 서구의 경제성장이나 2008년 금융위기 등 각 세대의 중년이 겪은 ‘시대 영향’ 탓이 있다. 세대별 소득역전이 더 심한 이탈리아, 덜한 노르웨이 등의 국가별 편차는 두 가지를 말해준다. 동일한 생애주기에서의 소득정체 현상은 자명한 동시, 태어난 ‘때’보다 태어난 ‘곳’이 때로 중요하단 사실.
OECD 국가별 고등교육을 수료한 24~34살 비율(2000, 2010, 2019년). 한국이 단연 돋보인다. 하지만 MZ세대의 높은 교육수준이 지니는 양면성을 저자는 짚는다. 어크로스 제공
OECD 국가별 고등교육을 수료한 24~34살 비율(2000, 2010, 2019년). 한국이 단연 돋보인다. 하지만 MZ세대의 높은 교육수준이 지니는 양면성을 저자는 짚는다. 어크로스 제공

‘인류의 (어쨌든) 진보’라는 신념을 선명히 깨부순 세대 간 경제적 퇴보는 집값 상승이 주도한 자산불평등 없이 이해하기 어렵다. 1970년부터 2019년까지 집값이 227% 오른 영국 경우, 2007년부터 추가 창출된 재산이 거의 전부 45살 이상에게 돌아갔고, 3분의 2는 65살 이상의 몫이었다. 전쟁 전 세대(1945년 이전생)가 20대 후반 때 평균소득의 9%로 해결했던 주거비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24%를 요구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기성세대보다 월등히 높은 교육수준은 역설적이게도 학자금 부채까지 가중한다. 미국선 고등교육 비용이 평균 33살에나 상쇄되는 데 반해, “교육접근권이 확대되면서 일부는 더 높은, 특별한 학위를 추구하고 다른 일부는 졸업장이 필요치 않은 일을 하게 된다.”

지난 1년간 특정제품을 불매한 적 있다고 답한 독일 성인의 비율. 환경문제에 관심이 적다고 기성세대가 비판받지만 그것이 틀렸다는 데이터도 적지 않다. 어크로스 제공
지난 1년간 특정제품을 불매한 적 있다고 답한 독일 성인의 비율. 환경문제에 관심이 적다고 기성세대가 비판받지만 그것이 틀렸다는 데이터도 적지 않다. 어크로스 제공

그 베이비부머 부모의 자식이질 않느냐 물을 만하다. 다만 상속 시점이 늦어지고 돌봄 부담이 커진다는 걸 고려하면, 예외 없이 경제적 생애주기, 나아가 생애주기별 삶의 질은 이전 세대와 비교할 수 없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 맥락에서 집 없는 부모 아래 덜 배운 청년들의 삶은 어떻게 전개될까. 와중에 직장 충성도가 떨어지고, 이기적이고, 방탕한 욜로 세대라고 비난받는다면 ‘세대’는 자체로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지난해 1주일에 1회 이상 성관계를 했다고 답한 미국 성인의 비율. 각 세대 스무살을 비교하면 밀레니얼 세대에 이르러 성생활이 붕괴한 것처럼 보이나 이후 전 세대 대비 정상화되는 경향이 확인된다. 젊은 세대들의 “성 침체”란 비판적 진단까지 나오지만, 세대 전반의 장기적이고 다면적 하락 추세에 부합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어크로스 제공
지난해 1주일에 1회 이상 성관계를 했다고 답한 미국 성인의 비율. 각 세대 스무살을 비교하면 밀레니얼 세대에 이르러 성생활이 붕괴한 것처럼 보이나 이후 전 세대 대비 정상화되는 경향이 확인된다. 젊은 세대들의 “성 침체”란 비판적 진단까지 나오지만, 세대 전반의 장기적이고 다면적 하락 추세에 부합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어크로스 제공

저자는 시대(보편적 경험)·생애주기(연령)·코호트(동세대적 경험) 영향을 반영하는 데이터로 가족, 출산, 정치, 환경 등의 영역에서까지 “젊은이들을 조롱하고 나이 든 이들을 비난하는” ‘세대 프레임’에 맞서고자 한다. 세대 간 불평등과 불신은 결국 전 세대의 미래를 위협하기 때문. 특히, 미래 불신의 선두에 MZ세대가 내몰린 가운데 (제 과거를 미화하며 지금을 비판하는) “장밋빛 회상”은 몹쓸 짓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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