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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친구가 되면 이상하지 않아!

등록 2022-08-26 05:00수정 2022-08-26 09:31

바람을 가르다
김혜온 글, 신슬기 그림 l 샘터사(2017)

나에게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을 질문한 책은 김보영의 <다섯 번째 감각>이라는 과학소설(SF)이었다. 우주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인간이 정상이라고 고집하는 일들이 우스워졌다. 하루에 8-9시간을 죽은 듯 잠자는 인간의 행동은 우주 차원에서 생각하면 비정상이었다.

나에게 사람은 다양한 스펙트럼에 위치한다는 사실을 말해준 드라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였다. 1980년대 영화 <레인맨>처럼 ‘천재 자폐인’의 이야기라는 한계는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서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내게 이상한 게 뭔지를 곱씹게 했다. “인간의 정신은 무수한 측면을 가지고 있으며 각각의 측면이 모두 스펙트럼 상에 존재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나에게 서로 다른 스펙트럼에 있는 어린이가 어떻게 어울려야 할지를 보여준 동화는 김혜온의 <바람을 가르다>였다. 초등학교에서 특수교사로 일하는 작가의 경험이 반영된 작품이다. 이 중 표제작인 ‘바람을 가르다’는 뇌병변 장애를 지닌 5학년 찬우가 “덜렁이 사고뭉치 용재”와 짝이 되고 친구가 되는 과정을 그린다. 그동안 우리가 접했던 장애 어린이가 등장하는 서사는 도움을 주는 비장애인과 도움을 받는 장애인이라는 구도에 머물러 있었다. <바람을 가르다>는 이런 이분법을 넘어서는 작품이다.

엄마는 장애를 지닌 찬우를 꼼짝도 못 하게 한다. 알아서 모든 걸 다해준다. 반면 새로 짝이 된 용재는 찬우를 “왕자처럼” 떠받들지도 않고, “깨지기 쉬운 유리처럼” 조심스럽게 대하지도 않는다. 찬우와 일주일 동안 짝이 된 아이들은 도우미 노릇을 해야 한다는 불문율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이번에 짝이 된 친구로 대한다. 평범하게 자신을 대하는 용재를 만난 후 찬우는 걷거나 말하는 게 이상하고 더뎌도 혼자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싹튼다. 자신은 달리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운동회 때 용재가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모습을 보고 찬우는 궁금해졌다. “다, 달릴 때 기, 기분이 어때? 바, 바람이 조, 좀 다르지 아, 않아?” 용재는 찬우에게 바람을 가르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려 한다. 제 몸을 가누기 어려운 찬우는 과연 어떻게 용재와 함께 바람을 가르게 될까.

우리는 벌이라고 하면 자동으로 꿀벌을 떠올린다. 하지만 벌의 종류는 13만 종이 넘는다. 이중 꿀벌처럼 대가족을 이루고 복잡한 집을 짓고 꿀을 저장하고 적에게 침을 쏘며 사는 벌은 꿀벌뿐이다. 우리가 정상이라고 여기는 꿀벌은 실은 별난 생태를 지닌 이상한 벌이다. 사람 또한 모두 제각각이고 다르다. 이상한 성격을 지닌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지구별에 잠시 살다 갈 뿐이다. 누가 누구를 이상하다고 할 수 있을까. 사고로 병원에 입원하게 된 용재는 병원에서 뇌병변 장애를 지닌 아이를 만난다. 그러고는 찬우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랑 친구가 되고 보니까 이제 그런 게 별로 안 이상해.” 초3부터.

출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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