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하고도 유쾌한 생물 다양성 보고서
프라우케 피셔·힐케 오버한스베르크 지음, 추미란 옮김 l 북트리거 l 1만8000원 한때 5만명가량이 살던 도시를 일순 인간들이 비우자 동식물이 찾아들었다. 버스 1200대로 도시를 떠나는 데 걸린 시간은 2시간반. 이윽고 늑대, 사슴, 곰은 물론 희귀종도 서식하기 시작했고, 그 나라의 새 334종 가운데 231종이 텅 빈 지대에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그들은 -적어도 외견상- 잘 살고 있다. 1986년 4월 우크라이나(구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 원자로에서 4㎞ 떨어진 프리피야트의 이야기다. 한 가지 교훈과 한 가지 우려가 보인다. 동식물의 다양성-멸종 위기에 있어 인간 활동이 방사능보다 더 파괴적이다. 생명체들이 영화 <아바타>처럼 잇고 이어 자연을 회복시킬지, 고전영화 <뎀!>처럼 오염되어 향후 인간에게 어떤 보복을 할진 알 수 없다. 지구로 치면 열대우림은 프리피야트만큼 작은 곳이다. 지구표면의 고작 2%를 차지한다. 하지만 전 세계 생물 종의 절반가량이 산다. 세계 나무 종의 96%가 열대 숲에 서식하며 세계 탄소배출량 4분의 1 정도를 처리 중이다. 하지만 기괴하게도 현재 열대 숲의 파괴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만 세계 탄소배출량의 최소 15%를 차지한다. 노르웨이 정부가 2008년 식용식물 5000종의 씨앗 90만개를 보관한 세계 최대 저장고를 세운 영구동토층이 9년 만에 녹아내렸다. 영구동토층은 2년 이상 1년 내내 얼어 있는 토양·기반암·퇴적물로 냉각시스템이 망가져도 영하 3도 이상으론 저장고 온도가 올라갈 수 없다는 과학적 판단으로 선별된 곳이다. 기후위기에 따른 생물다양성의 붕괴가 극적으로 연출된 셈이다. 이 세 단막은 인간의 무감각과 기후 자연의 무관용을 제각기 상징하며 엮인다. 독일의 생물학자와 경제학자가 울력하여 생물 다양성의 경제적 이익에 집중해 기후위기 대응을 역설한 까닭이다. 당장 모기라도 멸종될 경우, 인간은 종국에 초콜릿을 먹을 수 없게 된다. 카카오의 유일한 수분자가 좀모기이기 때문이다. “생물 다양성을 살리는 데 이보다 더 강력한 이유가 있을까” 저자들은 묻지만, 진정 그러한 인류라면 음식, 건강, 기술 등의 측면에 두루 걸쳐 생물 다양성이 문명에 주는 실리를 망라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카카오꽃. 초콜릿은 카카오 열매로 만든다. 좀모기과만이 이 꽃의 수분자다. 북트리거 제공
원뿔달팽이(사진)의 독은 진통제로 쓰인다. 북트리거 제공
맹그로브 수중생태계. 맹그로브는 자연 방파제 구실을 한다. 2017년 미국 플로리다 해안을 허리케인 어마가 강타했을 때 일대 맹그로브가 막대한 물질적 피해 예방은 물론 62만여명을 재난의 위험에서 보호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북트리거 제공
1950년대 전세계 GDP가 크게 성장하면서 육지 생물다양성의 위기도 크게 증대하는 경향성을 볼 수 있다. 북트리거 제공
육지 생물 다양성의 위기. 북트리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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