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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자책 육아’는 틀렸다…“부모는 좀 쉬라”

등록 2022-08-19 05:00수정 2022-08-19 10:01

부모는 중요하지 않다
하버드대 인류학 교수 부부의 부모 역할 뒤집어보기
로버트 러바인·세라 러바인 지음, 안준희 옮김 l 눌민 l 2만8000원

‘하루 3시간, 생후 3년’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던데, 재중동포 이모님 손을 빌려야 했다. 아이가 속 썩일 땐 ‘6살까지 자아의 70%가 완성된다’는 이론이 떠올라 마음이 서늘하다. 숱한 육아서를 탐독한 끝에 남는 것은 죄책감이다.

<부모는 중요하지 않다>는 부부 인류학자인 저자들이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의 소규모 사회에 직접 몸담으며 조사한 ‘양육 인류학 보고서’다. 저자들은 많은 부모들이 믿고 실천했던 조언들이 사실은 개별적 경험과 그 시대의 가치관, 그리고 거대 육아산업이 결합한 비과학적 내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1950년대에는 자녀의 정신분열증과 자폐를 모두 근거도 없이 ‘어머니의 비일관적 양육’ 탓으로 돌리는 이론이 횡행했다. 저자들은 한국 사회에 익숙한 ‘애착이론’ 역시 서아프리카 하우사족의 육아 방식을 들며 반박한다. 하우사족의 어머니들은 아기를 ‘방치’하지만, 아기는 정신적·심리적 안정을 유지하며 유능하고 성숙한 성인으로 성장한다. 그저 세계 각 지역의 부모들은 각각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에 기대어 다양한, 심지어 서로 반대되는 방식으로 아이를 낳고 기르고 있다는 얘기다.

저자들은 많은 부모가 믿는 육아정보가 개별적 경험과 시대 가치관, 거대 육아산업이 결합한 비과학적 내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저자들은 많은 부모가 믿는 육아정보가 개별적 경험과 시대 가치관, 거대 육아산업이 결합한 비과학적 내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저자들은 기존의 이론들이 부모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극도로 과장해왔다고 강조한다. 아이는 이른바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민감하지 않고, 상당 수준의 회복탄력성을 갖고 있으니 아이를 믿으라고 독려한다. 원서 부제에는 “미국의 가족은 안심하고 쉬라”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다. 이 조언은 불안하고 걱정 많은 한국의 부모에게도 해당된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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