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안전이 몹시 걱정됩니다”며 잃어버린 왕관앵무새 베일리를 찾는 포스터. 생각비행 제공
세계 곳곳에서 수집한 반려동물 실종·발견 포스터
이언 필립스 지음, 허윤정 옮김 l 생각비행 l 1만8000원 “데이비드, 연락이 끊겼네. 디애나에게 전화 좀 해줘. 혹시 데이비드를 아는 분은 그이에게 전화 좀 하라고 얘기해주세요. 난 그냥 비제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을 뿐이야. 그리고 너에게 비제의 병력도 알려줘야 해서 그래.” 미국 메릴랜드 여성 디애나가 수컷 불도그 비제만 잃은 건 아닌 모양이다. 혹 비제가 헤어진 남자친구 데이비드에게 돌아갔을지도 모른다고 보는 걸까. ‘그’와 만나야 ‘그’와도 재회된다. 사랑은 기쁨과 폭풍과 사모와 정욕과 절망과 청연 따위 합처럼 장황하기 마련이다. “테디가 못 견디게 사랑스럽다는 건 압니다만, 테디는 제게 그 이상인… 테디가 사라진 뒤로 제 삶은 완전히 고통의 늪에 빠져버렸어요. 현관을 지나 텅 빈 집 안으로 걸어들어올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립니다… 제발 테디를 집으로 돌려보내 주세요.”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찾으려고 내건 세계 도처의 길거리 포스터(주로 1990년대)를 엮은 책 <lost(로스트)>다. 눈치 보지 않는 가장 진솔한 고백들. 반려묘의 치료 때문에, 반려견이 먹어야 하는 약 때문에 애가 타는 마음은, “안전에 대한 걱정을 (여러분은 다) 이해하지 못할 거”라며 앵무새를 찾는 이의 마음 그대로다. 빈자리로부터 저도 모르는 저의 감각이 자라는 걸까. 누군가는 <뉴욕뉴스데이> 1면에 광고를 했다. “무자비한 지하철 도둑이 소중한 반려견 치와와가 들어 있는 더블백을 훔쳐가다”는 표제와 함께.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만난 포스터엔 “이 개를 보신 적 있나요? 이 아이(He)는 미국 시민이라 플로리다로 돌려보내야 해요.” 책장을 빨리 넘기면 개와 고양이와 새가 뛰어/날아오는 플립북으로 꾸몄다. 달려오는 사랑이라니.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실종된 수컷 불도그 비제와 정체불명의 남성 데이비드에 대한 연정이 가득한 포스터. 생각비행 제공
“개는 작지만 보상은 커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저자가 수집한 반려견 실종 포스터. 생각비행 제공
“아이들이 울고 있어요.” 암컷 미니어처 슈나우저를 찾는 포스터(미국 텍사스). 생각비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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