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조한진희·다른몸들 기획 l 동아시아 l 1만7000원 미국의 뛰어난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1901~1978)는 인류가 다른 종과 달리 문명화한 첫번째 증거로 1만5000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부러졌다 다시 붙은 대퇴’를 꼽았다. 부러지면 움직이는 게 불가능한 대퇴골이 치유됐다는 건 누군가의 돌봄이 존재했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인류가 문명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돌봄은 인류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지금 ‘돌봄’이 놓인 위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의료기술이 발달할수록, 돌봄은 의료행위와 분리되기 시작했다. 필자인 김창엽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1977년 시작한 ‘국민건강보험’과 2008년부터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이 결정적 계기였다고 말한다. 재정과 서비스 체계의 분리로 “의료는 돌봄과는 다른 것으로 분리되었으며, 돌봄은 사소하고 의미 없는 일, 무가치한 일 혹은 아예 없는 일처럼 여겨진다.” 이 과정에서 돌봄의 질은 점점 더 떨어질 수밖에 없고, 돌봄 노동자들은 적절한 임금은 물론 인격적인 대우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는 보상 없는 헌신만이 가족의 몫으로 남기도 한다. 2021년 3월 진행된 강좌를 기반으로 돌봄이 필요한 사람과 제공자, 전문가 11명이 필자로 참여했다. 강좌와 책을 기획한 조한진희는 돌봄이 약자를 보호하는 일이라는 기존의 사고를 깨야 올바른 돌봄의 방식과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일본 경제학자 나카무라 히사시를 인용한다. “많은 사람에게 의존해야 자립할 수 있으며, 다양한 의존이 가능해야 종속되지 않을 수 있다.” 돌봄을 시혜가 아닌 모든 인간의 존재 조건으로 접근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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