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X)’, 뉴욕, 1953년. 비비언 마이어는 1952년 롤라이플렉스를 장만하며 사진작가의 열정을 더 불태운다. 그의 자화상 사진은 1996년을 끝으로 더 볼 수 없다.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보모 사진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삶을 현상하다
앤 마크스 지음, 김소정 옮김 l 북하우스 l 3만2000원 가족과 친구가 없던 사람. 완벽히 숨겨졌거나 스스로를 숨긴 사람. 하지만 매 순간의 제 시선을 고스란히 남긴 사람. 전체 14만3000점 가운데 7000점만 현상해 별의별 제 흔적들과 함께 저장해둔 사람. 수없이 자신을 찍은 사람, 그러나 부러 시선을 돌려 또 자신을 감춘 사람. 드물게 현상할 때 작업자에게 완벽을 요구한 사람. “제발 잘해주세요” “최선을 다해주세요” “더 밝게 현상해줘요, 매끄러워도 안되고 번쩍여도 안돼요.” 아마도 한 장면을 두 번 이상 찍은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인 사람. 아마도 거리의 가장 낮은 데를 (때로 무모할 정도로) 직시했기 때문인 사람. 그가 정규 교육을 받았다는 기록은 없다. 하지만 지적이고 좌파적인 자취들은 많았다. 저장장애로 꼬박 보관해둔 자료들이 사후 드러나지 않았다면, 꼿꼿한 걸음새의 “쾌활한/너그러운/무신경한/사악한” 보모(그의 주생계였다)로만 몇몇 가족들에게 기억되었을 거다.
‘뒤섞인 메시지’, 캐나다, 1955년. 전기를 쓴 앤 마크스는 이 사진을 두고 비비언 마이어가 작가로서의 본인을 강하게 은유하는 특별한 사진으로 해석했다. 작은 티, 커다란 남성시계, 때와 눈물이 맺혔으나 부드러운 머릿결과 당당한 표정이 뒤섞이어 있다.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자화상 2.0’, 시카고, 1956~1957년. 비비언 마이어의 여러 자화상은 그림자나 시선을 피한 사진이다.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도서관의 숙녀’, 뉴욕, 1954년. 촬영기술과 안목이 향상되었음을 보여주는 사진. 피사체의 위치를 따졌을 때 비비언이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찍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저자는 보았다.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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