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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버디 무비’ 닮은 여성 주인공들의 활약

등록 2022-08-05 05:00수정 2022-08-05 11:19

사라진 숲의 아이들
손보미 지음 l 안온북스 l 1만8000원

손보미(사진)는 대산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다. 본격 문학 쪽에서 평론가의 상찬과 독자의 사랑을 아울러 받아 온 그가 <작은 동네>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장편 <사라진 숲의 아이들>은 그런 점에서 이채롭다. 방송 피디와 경찰관이 등장해 살인 사건의 배후를 쫓는 이 소설은 탐정소설, 이른바 장르물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범죄 사건을 흥미롭게 재구성해 방송하는 인터넷 방송국 피디 채유형은 십대 청소년이 저지른 치정 살인 사건을 소재로 다루고자 취재에 나선다. 유형에게 그 사건과 가해자를 소개한 변호사 윤종, 유형과 함께 해당 사건의 미심쩍은 배후를 추적하는 형사 진경언, 유형의 상사인 최영민 피디 등이 얽히고설키며 사건의 숨은 진실을 향해 나아간다. 티격태격하며 협력하는 유형과 경언은 ‘버디 무비’의 주인공들을 닮았다. “을지로에 있는 숲에 가봐요, 꽃이 피어 있던 숲으로.” 추적 과정에서 마주친 아이가 유형에게 건넨 힌트에서 책 제목이 왔다.

<사라진 숲의 아이들>은 여러 겹의 맥락과 복선을 지닌 작품이다. 유형은 베트남전 참전 병사의 딸로 태어나 유복한 집에 입양되어 자랐다. 그는 베트남 참전 병사들과 파견 노동자들의 시위에서 불을 질러 사람을 죽게 한 인물이 자신의 친아버지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고 있다. 그런가 하면 “주근깨 가득한 얼굴, 벌집 같은 머리카락, 부루퉁한 표정”을 지닌 사십대 후반의 여성 형사 진경언은 과거에 가까운 동료의 부정을 수사했다가 결국 그를 죽게 만든 일로 조직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처지다. 여기에다가, 유형이 추적하는 사건 이외에도 십대 청소년들이 관여된 살인 사건이 더 있고, 그 배후에 아이들을 조종하는 누군가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더 이상 살아 있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죽은 것도 아닌 흉물스러운 고체 덩어리. 아니, 그 흉물스러움을 완강하게 간직하고자 욕망하는 콘크리트 덩어리.”

소설 마지막 장면의 무대인 도심 속 버려진 빌딩을 묘사하는 문장이다. 주요 인물들이 한데 모이고, 감추어졌던 비밀과 복선이 드러나며,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다가 일순간에 풍선처럼 터져 버리는 결말 장면은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닮았다. <사라진 숲의 아이들>은 앞으로 이어질 ‘진 형사 시리즈’의 첫 작품이라고 한다. 손보미의 새로운 도전이 주목된다.

글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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