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시인의 이상한 낱말 사전
박성우 시, 서현 그림 l 비룡소 l 1만 2000원
“오늘은 나 건들지 마/ 언제 터질지 모르니까 !( ㅍㅅ)”
‘ㅍㅅ’이 뭘까 . 폭삭, 핀셋, 펭수, 파쇄, 포스, 품새, 폐수, 파스…. 삐딱한 정체를 찾아 ‘초성 놀이’ 시작! 정답은 71쪽 고양이가 들고 있다는 깜찍한 그림 힌트에 ‘ㅍㅅ’(피식 ) 웃음보 새는 소리가 난다.
“너 같으면 팅팅 불어 터지지 않을 수 있겠냐고 !”(우동 ) ‘네 앞에 있었는데 , 네가 쳐다보지도 않아서 ’라는 우동의 야무진 항변을 듣자 하니 , 그릇 두고 딴전 피우고 있는 사이 우동이 얼마나 서운했을지 공감의 마음이 퍼진다 .
<박성우 시인의 이상한 낱말 사전>은 낱말의 시선으로 세상을 거꾸로 보는 ‘낱말시’다. 소금쟁이가 되어 물을 바라보고, 하루살이나 거미가 되어 하루를 보내 본다. 생명붙이가 아니면 어떤가. 교실도 되어 보고 가위도 되어 보고 구름도 되어 보고 슬리퍼도 되어 본 시인은 “전혀 다른 신비로운 세상이 열렸다”며 쫄깃한 말맛에 유쾌한 양념을 뿌려낸다.
<박성우 시인의 이상한 낱말 사전> 비룡소 제공
<박성우 시인의 이상한 낱말 사전> 비룡소 제공
아홉 살을 건너온 많은 아이들 책꽂이에 꽂힌 시인의 전작 <아홉 살 마음 사전> <아홉 살 함께 사전> <아홉 살 느낌 사전> <아홉 살 내 사전> 등이 글쓰기와 표현력의 밭을 일구는 쟁기였다면, 이번 책은 <첫말 잇기 동시집> <끝말 잇기 동시집>과 함께 까르르 노는 ‘낱말 놀이터’라 하겠다. 어떤 장난감보다 기발하고 개성 넘치는 낱말 친구들과 뒹굴다 보면 이런 경지까지 오르지 않을까. 뜻이 두 개인 말(중의어), 소리가 같지만 뜻이 다른 말(동음어), 노래 같은 리듬감(운율)을 알아차리는.
‘슬리퍼’가 화내는 말 “나 또 뒤집어졌잖아!”, ‘의자’가 건네는 말 “너는 앉고/ 나는 안고” , ‘소금쟁이’가 행복해하는 말 “물은 말랑말랑해/ 물은 폭신폭신해” 시를 읽다 보면 표정 많은 우리말 묘미에 감탄한다.
서현 그림 작가의 네컷 만화와 한컷 삽화는 웃음 증폭기다. 가령 ‘이불’ 시를 보자. 덮은 채로 뀌는 방귀와 둘둘 감는 목 졸림에 시달린다는 이불. ‘가스중독’과 ‘근육통’을 진단 받은 이불이 병원 침대에 누워 링거를 맞는 한컷 그림! 숨바꼭질 시작한 지가 언젠데, 빨리 대숲에서 나가게 해 달라는 ‘대벌레’ 시에서는 숨은그림찾기 놀이를 할 수 있다. 낱말 시와 삽화, 아주 웃겨 죽겠다 . 7살 이상 .
<박성우 시인의 이상한 낱말 사전> 비룡소 제공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그림 비룡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