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김용옥 ‘주역’ 해설서
역경 ‘64괘 384효’ 상세한 풀이
동주 혼란기 성립 ‘깊은 우환의식’
동아시아 윤리학·형이상학 창출
역경 ‘64괘 384효’ 상세한 풀이
동주 혼란기 성립 ‘깊은 우환의식’
동아시아 윤리학·형이상학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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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옥 지음 l 통나무 l 3만9000원 <주역>은 동아시아 문명의 바탕을 이루는 경전 가운데 가장 난해한 텍스트로 꼽힌다. 주역에 관해 여러 주해서를 쓴 신유학의 대사상가 주희도 <주역>을 읽고 ‘정말로 해석하기 어렵다’(최난간, 最難看)고 했다. 그런데도 이 경전에 담긴 음양론은 동아시아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고, 고대 이래 동아시아인의 일상을 지배하다시피 했다. <도올 주역 강해>는 철학자 김용옥 전 고려대 교수가 쓴 <주역> 해설서다. 지은이는 지난 2천여년 동안 동아시아에서 탄생한 주요한 <주역> 해석을 바탕에 깔고서 이 난해한 책을 오늘의 언어로 바꾸어 우리 시대를 이해하는 데 빛을 주는 책으로 빚어낸다. <주역>이란 ‘주나라에서 성립한 역’이라는 뜻이다. 이때 ‘역’(易)은 일차로 변화를 뜻한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주역>을 ‘변화의 책’(The Book of Changes)이라고 번역한다. 동시에 <주역>은 점치는 책이다. 주희가 “대저 ‘역’이란 복서(점) 책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역>은 변화의 책이자 변화를 점치는 책이다. <주역>이라고 부르는 이 책자는 <역경>과 <역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역경>은 <주역>을 구성하는 핵심 텍스트이며 <주역> 성립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문헌이다. <역전>이란 공자 이후 이 <역경>을 해설한 권위 있는 논문들을 가리킨다. <단전> <상전> <문언전> <계사전> <설괘전> <서괘전> <잡괘전> 7종이 <역전>을 이룬다. 주희가 ‘역’이라고 부른 것은 이 문헌들 가운데 핵의 자리에 놓인 <역경>을 가리킨다. 이 <역경>의 내용을 철학적으로 해석한 논문들이 <역전>으로 덧붙여져 현재의 <주역>이 된 것이다. <주역>은 우주 만물과 인간 세계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 변화를 설명하는 데 쓰이는 범주가 음과 양이다. <주역>은 이 두 범주를 조합해 천지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 주목할 것은 이 두 범주가 절대적으로 구별돼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양 속에 음이 있고 음 속에 양이 있다. 양이 음으로 바뀌고 음이 양으로 바뀐다. 이렇게 음양이 서로 바뀌어감으로써 세상 모든 것이 변화 속에 있게 된다. 그러나 이 변화는 일직선의 변화가 아니라 순환하는 변화다. 우주는 끝이 있으므로 그 한계 안에서 모든 것이 무수한 변화를 거쳐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순환하는 것과 같다. 한번은 양으로 한번은 음으로 바뀌는 이 ‘일양일음’의 변화는 우주의 법칙일 뿐만 아니라 인간 세상의 법칙이기도 하다. 이 음양론은 17세기 중국에 온 서방 선교사를 통해 독일 철학자 라이프니츠에게 알려졌고, 라이프니츠는 이 음양론의 영향을 받아 오늘날 컴퓨터 이진법의 기원이 되는 수의 체계를 창안했다.

<도올 주역 강해>를 펴낸 도올 김용옥 전 고려대 교수. 도올은 <주역>을 ‘하늘의 소리를 듣는 책’이라고 말한다. 통나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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