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튜브
손원평 지음 l 창비 l 1만5000원 이것은 성공담, 또는 바닥을 친 이의 재기담이다. 실패를 딛고 더 큰 성공을 거머쥔다는 티브이 드라마식 성공담은 물론, 아니다. 손원평 작가는 포털 사이트에 오래전 누군가 올렸던 질문, “실패한 사람이 다시 성공하는 이야기를 추천해달라는, 지금 자신에게는 그런 이야기가 너무나 필요하다”(작가의 말)는 글 아래 아무런 댓글도 달려있지 않은 걸 보고 “실패한 사람이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를 직접 쓰기로 했다고 한다. 새 장편소설 <튜브>는 실패조차 흔하고 평범해서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이들의 낙담에 작가가 보내는 응원가인 셈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 특징적일 게 없어서 오십 전후로 보이는 남자와 부딪혔다는 것 말고는 떠오를 말이 없을 것 같은, 아니, 돌아선 순간 부딪혔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게 될 어떤 사람.” 평범한 대한민국 중년 남성 ‘김성곤 안드레아’가 강물에 빠져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평범한 직장인이자 3인 가족의 가장이었던 그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퇴사 후 쇼핑몰 사업, 커피전문점, 3디(D) 프린터 사업, 피자집 등에 도전했다 줄줄이 실패하며 가정까지 잃게 된다. 자살조차 실패한 뒤 음식배달로 근근이 삶을 이어가던 그는 피자집을 운영할 때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던, 지금은 같은 일을 하는 ‘진석’을 우연히 만나고 둘은 성곤의 오피스텔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받은 세례명을 붙인 ‘김성곤 안드레아’의 실패는 작가가 묘사한 그의 모습만큼이나 평범하다. 온라인 쇼핑몰, 커피전문점 등 하루에도 수백개가 폐업 신고되는 사업을 접고 배달에 나선다는 흔하고 흔한 이야기. 재기의 여력이 완전히 고갈됐다고 생각하던 주인공은 계속되는 실패로 잔뜩 구부러진 허리를 펴자고 불현듯 마음먹으며 그 모습을 매일 사진찍기 시작한다.

신작 장편소설 <튜브>를 발표한 손원평 작가 ⓒ씨네21 오계옥(창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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