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울 글×이승원 사진 l 이야기장수 l 1만6000원 흔히 같은 뜻의 한국어, 영어지만 어감이 영 다른 단어들이 있다. 수필과 에세이가 그렇다. 피천득의 수필이 담고 있는, 모자라면서도 따뜻했던 그 시절 풍경은 우리에게 아릿함을 남기지만, 과잉과 결핍이 극단적으로 뒤죽박죽된 현대인의 가슴을 보듬는 건 에세이스트들의 몫이리라. 이 시대 가장 열정적인 에세이스트라는 정여울 작가가 내놓은 신간이다. 큰 틀에서는 여전하다. “우아하고 진보적”이지 않은 부모님, 세상에서 “단 한 명의 스승”이었던 문학평론가 황광수, 마음속 지향점과도 같은 “늘 열심히 읽고 쓰”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등장한다. “매일의 고통을 버티고 있는” 이들에게 “MBTI 적성검사 같은 것에 너무 매달리지” 말라며, 나를 미워하고 외면했던 “타인의 다름과 독특함을 받아들일 용기가 없는 사람들”을 극복하자고 말한다. “애써 명랑한 척하지만 사실은 극도로 내성적인”, “예민하고 성마른 여행자”인 본인도 사실 “모난 부분을 부풀려 더 본격적으로 모난 삶을” 살다 보니 “끝없이 상처를 치유하는 사람”이 됐다며…. 창문, 반려견, 놀이터 그네, 영화 등 다양한 소재를 결국 ‘나에의 환대’로 묶어내는 힘은, 동반자 이승원의 사진들과 함께 독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리라. 눈에 띄는 대목 하나는 책을 편집자에 바친다는 헌사. 모든 훌륭한 책에는 편집자란 가려진 존재가 있다며, 독자·작가와 더불어 책을 이루는 삼총사의 반열로 호출한다. 이 책 편집자 이연실(이야기장수 대표)은 정 작가가 2008년 펴낸 첫 문학평론집 <내 서재에 꽂은 작은 안테나> 편집자. 14년 만의 공동작업이 꽤 행복했던 듯하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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