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속이고, 유혹하고, 중독시키는 디자인의 비밀
윤재영 지음 l 김영사 l 1만6800원 공짜로 잠깐만 즐겨보겠다는 생각으로 한달간 무료로 제공되는 음악이나 동영상 구독 서비스를 신청했다가 여러 달 구독료를 내는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해지하는 걸 깜빡 잊어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사이트의 구석에 꽁꽁 숨겨진 해지 방법을 찾다가 포기하거나 미루면서 돈을 내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때로는 어렵사리 해지 버튼을 찾았지만 해지하면 엄청난 혜택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서비스 업체의 ‘친절한 엄포’에 마음이 바뀌기도 한다. ‘디자인 트랩’에 갇혀버린 것이다. 사용자 경험(UX) 디자인 전문가인 저자는 사용자를 속이고, 기만하고, 은폐하는 디자인을 동물을 포획하기 위해 유인하는 ‘덫’에 비유해 ‘디자인 트랩’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고 구글, 애플, 메타 등 주요 테크 기업들이 구사하는 다양한 디자인 트랩의 사례들을 살펴본다. 한 예로 저자는 도박중독의 상징과도 같은 슬롯머신의 디자인 요소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에스엔에스(SNS) 디자인의 방향성과 밀접하게 닿아 있다고 지적한다. 슬롯머신은 레버를 당겨야 하는 초창기 디자인에서 쉽고 반복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버튼식으로 바뀌었는데 이는 일일이 클릭할 필요 없이 콘텐츠를 계속해 볼 수 있는 스크롤 기능과 유사하다. 버튼조차 누를 필요 없는 유튜브, 페이스북 등의 자동재생 기능은 슬롯머신의 ‘자동 플레이’ 기능과 같다. 무한스크롤과 자동재생은 에스엔에스의 중독성과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기능이다. 저자는 디자인에도 윤리의 영역이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편리함으로 포장된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사용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함은 물론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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