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책&생각] 평화를 어지럽히러 예술가들이 왔다

등록 2022-07-15 05:00수정 2022-07-15 10:43

“전쟁을 선포한 이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그들 대부분은 싸우다가 죽기엔 너무 나이가 많습니다.” 베트남 전쟁 반대 포스터. 자분홍스크 사진으로 그라프가 디자인했다. 1970년, 미국.
“전쟁을 선포한 이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그들 대부분은 싸우다가 죽기엔 너무 나이가 많습니다.” 베트남 전쟁 반대 포스터. 자분홍스크 사진으로 그라프가 디자인했다. 1970년, 미국.

저항의 예술
포스터로 읽는 100여 년 저항과 투쟁의 역사
조 리폰 지음, 김경애 옮김, 협력 국제앰네스티 l 씨네21북스 l 3만5000원

1917년 러시아 혁명이 가능한 데엔 10만명이 넘는 여성이 있었다. 그해 여성들은 투표권을 획득했고, 3년 뒤 임신중지를 허용한 최초의 국가로 만들었다. 이 나라에 유포된 여성의 날 포스터는 제도 넘어 저류의 구태까지 몰아세운다. “3월8일은 일하는 여성이 부엌의 노예직에 저항하는 날이다. 반복되는 집안일과 억압에 ‘아니요!’라고 말하라” 1932년의 풍경이다.

그리고 혁명 100주년이 되는 2017년 1월 수도 모스크바. ‘여성행진’에 참여한 이는 싱가포르 출신 여성 로제타 마리 페라라 하나였다. 당시 워싱턴을 중심으로 여성혐오, 인종차별에 반대하며 여성들이 분기했던 160여개 국가들과의 놀라운 대비였다. 여성행진(Women’s March)은 미국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버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에 맞춰 여성들이 기획한, 종국 400만명(추산)이 한목소리를 낸 지구적 저항이었다. 20세기 일찌감치 여성인권을 주도한 곳이 기괴한 침묵의 도시가 되기까지 러시아의 시계 또한 끝없이 되돌려진 셈이다.
“3월8일은 일하는 여성이 부엌의 노예직에 저항하는 날이다. 반복되는 집안일과 억압에 ‘아니요!’라고 말하라” 러시아 여성의날 포스터. 보리스 니콜라예비치 데이킨, 1932년.
“3월8일은 일하는 여성이 부엌의 노예직에 저항하는 날이다. 반복되는 집안일과 억압에 ‘아니요!’라고 말하라” 러시아 여성의날 포스터. 보리스 니콜라예비치 데이킨, 1932년.

“우리는 지구시민입니다. 불법체류자가 아닙니다!”라는 1984년 포스터(미국)는 “오를 수 없는 벽은 없다” “제거할 수 없는 펜스는 없다”로 이동의 자유와 권한을 더 단호히 요구하는 2016년의 포스터(미국)로 전개되지만, 언제치 포스터든 2022년 한국 어느 도시의 벽에 붙은들 엉뚱하지 않겠다.
“우리는 지구시민입니다. 불법 체류자가 아닙니다!” 판화가·시인인 멕시코계 미국인 카를로스 코르테즈가 그렸다. 1984년, 미국.
“우리는 지구시민입니다. 불법 체류자가 아닙니다!” 판화가·시인인 멕시코계 미국인 카를로스 코르테즈가 그렸다. 1984년, 미국.

예외 없이 강포한 백래시를 불러일으키는 여성과 이주의 아주 오래된 갈등사만 보면, 이어지는 질문은 비관적일 수밖에 없겠다. 역사는 정체하고 때로 후퇴하는가. 포스터로 보는 100년치 <저항의 예술>은 그럴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애면글면 역사는 어떻게 진전해왔는가 또 말한다. 입 없는 자들을 먼저 보위하는 윤리, 광부가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연대, 대학생이 대학을 자본을 점령하는 지성이 그 강렬하고 전위적인 저항예술의 바탕색이다.
“앨런과 기안. 휠체어를 탄 남매가 안전한 곳을 찾기 위해 산을 넘고 또 넘어 시리아를 탈출했다.” 국제앰네스티의 아이웰컴 캠페인(i-welcome campaign)을 위해 삽화가 피터 레이놀즈가 디자인했다. 2016년, 영국.
“앨런과 기안. 휠체어를 탄 남매가 안전한 곳을 찾기 위해 산을 넘고 또 넘어 시리아를 탈출했다.” 국제앰네스티의 아이웰컴 캠페인(i-welcome campaign)을 위해 삽화가 피터 레이놀즈가 디자인했다. 2016년, 영국.

“예술은 명령하지 않”는다, “영혼에 자리 잡은 불안을 증언하고 존엄성에 대한 의지를 표현”할 뿐이다(예술가 아니시 카푸어). 그렇게 지난 세기 “(당신들의) 평화를 어지럽히러 예술가들이 왔”(사회운동가·작가 제임스 볼드윈)고, 부단히 또 다녀갈 것이다. 준동의 예술은 깨어있는 시민들이 덧칠해 완성한다. 숱한 명사들의 정언명령대로, ‘모두’의 사슬을 풀지 않는 한 ‘나’의 사슬 또한 벗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단 한명이 입는 모피 코트 한벌에 40마리 말 못 하는 동물들이 죽는다.” 영국의 가장 상징적 캠페인에 활용된 포스터로, 1990년 명품 백화점 해로즈가 모피 부문을 폐장한다. 데이비드 베일리의 사진으로 그린피스가 만들었다. 1984년.
“단 한명이 입는 모피 코트 한벌에 40마리 말 못 하는 동물들이 죽는다.” 영국의 가장 상징적 캠페인에 활용된 포스터로, 1990년 명품 백화점 해로즈가 모피 부문을 폐장한다. 데이비드 베일리의 사진으로 그린피스가 만들었다. 1984년.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그림 씨네21북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소방관’ 곽경택 감독 호소 “동생의 투표 불참, 나도 실망했다” 1.

‘소방관’ 곽경택 감독 호소 “동생의 투표 불참, 나도 실망했다”

신라왕실 연못서 나온 백자에 한글 ‘졔쥬’ ‘산디’…무슨 뜻 2.

신라왕실 연못서 나온 백자에 한글 ‘졔쥬’ ‘산디’…무슨 뜻

환갑의 데미 무어, 젊음과 아름다움을 폭력적으로 갈망하다 3.

환갑의 데미 무어, 젊음과 아름다움을 폭력적으로 갈망하다

중립 기어 밟는 시대, 가수 이채연의 ‘소신’을 질투하다 4.

중립 기어 밟는 시대, 가수 이채연의 ‘소신’을 질투하다

“내가 정치인이냐? 내가 왜?”… 임영웅 소속사는 아직 침묵 중 5.

“내가 정치인이냐? 내가 왜?”… 임영웅 소속사는 아직 침묵 중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