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꾸는가
자크 페레티 지음, 김현정 옮김 l 문학동네 l 1만7500원 ‘내 삶을 바꾸는 한 표’. 선거 때면 으레 등장하는 표현이다. 옳은 말이다. 공동체가 어떤 방향을 지향하고 그 내부에 어떤 규율이 작동하느냐는 개별 시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주권자라면 그 방향성을 창출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합당하다. 사회의 가치와 자원을 배분하는 권한인 정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그런데 삶을 둘러싼 중요한 결정이 정치에서만 이뤄질까? 영국 <비비시>(BBC) 탐사보도 전문기자가 쓴 이 책은 그런 의문에서 시작해, 우리가 전혀 모르던 거래(딜)들이 세상을 바꿔왔다며 10가지 사례를 심층적으로 소개한다. 1930년대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구를 만들어놓고도 글로벌 전구제조 업체들은 6개월이면 수명이 다하도록 제품을 설계, 생산하기로 짬짜미(담합)했다. 여기서 발전된 ‘설계된 불만족’ 전략에 따라 기업들은 약간씩 업그레이드한 새 제품을 내놓고 대중은 환호하며 ‘신상’을 사들이는 세상이 시작됐다. 1960년대 터무니없이 높은 고율 세금부과에 분노하고 있었던(‘택스맨’이라는 노래를 만들어 부를 정도였다) 비틀스의 존 레넌이 ‘새로운 회계법’을 제안한 두 회계사에게 일을 맡기며 ‘케이맨 제도’로 상징되는 국외 조세회피가 시작됐단다. 지구촌을 뒤흔든 ‘아랍의 봄’은 실은 월스트리트의 공매도 버튼에서 촉발됐다. 저자는 이런 거래들을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음모와 혁신이 뒤섞인 게 시장일 테니. 그래도 “이미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간 것 같다”던 한 전직 대통령의 말이 떠오르며 입안에 씁쓸함이 남는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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