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다 제공
국가 간 입양에 관한 고백
마야 리 랑그바드 지음, 손화수 옮김 l 난다 l 1만6000원 “여자는 자신이 수입품이었기에 화가 난다./ 여자는 자신이 수출품이었기에 화가 난다./ 여자는 어린이를 입양보내는 국가는 물론 입양기관도 국가간 입양을 통해 돈벌이를 한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1980년 한국서 태어나 덴마크로 입양돼 자란 작가 마야 리 랑그바드(42·사진)의 첫 한국어 번역 작품 <그 여자는 화가 난다>는 이렇게 시작한다. 끝까지 거의 모든 문장이 ‘여자는 (…) 화가 난다’로 적혀 있다. 백인 양모 아래 자라나면서 느꼈던 혼란과 2007년 한국에 들어와 친모를 만나고 느낀 또 다른 혼란, 그리고 2010년까지 한국에 머물면서 입양인 커뮤니티에서 여러 국적과 직업의 입양인들과 만나며 느낀 국외입양의 문제를 긴 산문시이자 소설, 르포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글쓰기로 이어나간다. 책 출간을 기념해 내한한 작가는 7일 오전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국에서 지냈던 시간을 바탕으로 2014년 덴마크어로 이 책을 냈을 때 한국에서도 읽혔으면 했는데 8년 만에 소망이 이뤄져서 기쁘다”고 했다. 작가는 책의 제목뿐 아니라 모든 문장을 ‘화가 난다’로 끝맺은 것에 대해 “이전부터 실험적인 글쓰기 작업을 하면서 스타일을 확장해 보고자 했는데 반복되는 문장 구조 안에서 내용이나 호흡, 리듬이 달라질 때 생기는 아름다움을 느꼈다”면서 “특히 화가 난다는 문장을 쓰면 쓸수록 국가간 입양정책 등 새롭게 분노하는 지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작가의 분노는 자신을 입양 보낸 친모, 친모가 놓였던 경제적 곤경, 그 어려움을 돕지 못하고 손쉽게 아이를 외국으로 보내는 국가 입양정책, 그리고 친모를 원망하는 자기 자신 등 전방위로 향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장이 정체성의 혼란 고백이나 국가간 입양정책 비판 등에 머물지 않으면서 깊게 파고들어가는 자기 성찰을 담아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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