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용맹이
이현 글, 국민지 그림, 비룡소 l 1 만 1000 원
<푸른 사자 와니니>의 이현 작가가 유년 동화 시리즈를 펴냈다. 반려견 ‘용이’와 ‘맹이’가 펼치는 반려견 가족 이야기 <오늘도 용맹이>다. 사람의 시선이 아닌 강아지 세계관으로 바라본 가족의 우당탕 일상을 담았다. 사람 말에 깃든 표정과 몸짓으로 통할 줄 알았던 강아지 속마음과 어긋나는 지점이 탄식을 부르지만, 역경(?)을 극복하는 강아지들의 슬기로운 매력에 빠져드는 귀여운 얘기다.
귀가 쫑긋하고 보드라운 갈색 긴 털을 가진 개 용이는 아홉살 언니랑 아빠랑 단란한 세 식구로 사는 게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말해 뭐하랴, 식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용이는 ‘행복해지기 대장’. 나쁜 기분은 빨리 잊는 재주까지 있는 용이다. 그런데 개를 가장 싫어하는 개, 용이한테 아주 불편한 사건이 벌어진다. 새 동생 ‘맹이’를 맞이하는 첫 편 ‘용맹해지는 날’은 이런 혼란스러운 용이의 마음을 구석구석 살핀다. 새로 태어난 동생 때문에 독점적 사랑을 나눠야 하는 형의 스트레스를 헤아리는 강아지랄까. 용이는 제 마음을 알아줄 어린이 독자들에게 진심을 털어놓는다. ‘안 돼, 하지 마, 나중에’란 말을 가장 싫어하는 용이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친구들이니까.
용이는 아빠에게서 여느 날처럼 ‘좋은 일이 있을 테니 기대해’라는 신호를 읽는다. 그것은 산책을 가자는 말일 테고, 용이는 뱅그그르 돌며 꼬리를 씰룩쌜룩거린다. 언니가 데려온 ‘특별한 선물’(좋은 일)이 축 늘어진 귀와 부스스한 털을 지닌 흰색 개일 줄이야. ‘저 개를 당장 내보내요.’ 용이 혼자 지내는 게 외로울 거라 여겨 단짝으로 데려온 거라지만, 아빠랑 언니는 용이 맘을 정말 모르는 거 같다.
고요함을 즐길 줄 아는 용이와 달리 맹이는 야성미가 넘친다. 늑대처럼 하울링을 뿜어내며 떠나온 엄마와 형제들을 그리워하는가 하면, 아빠가 만들어준 울타리를 식구 몰래 타고 넘어와 오줌을 싸거나 아빠 스웨터를 잘근잘근 뜯으며 어지르고 다닌다. 맹이가 말썽꾸러기인 것도 속상한데, 용이는 누명까지 쓰게 된다. 새 식구 맹이는 용이랑 잘 지낼 수 있을까.
올해 국제아동도서협의회(IBBY)가 수여하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상 글작가 부문(<1945, 철원>)에 오른 작가의 필력과 반려견을 오래 키워온 이력으로 어떤 뒷얘기를 만들어갈지 기대감을 갖게 한다. 3살 이상.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그림 비룡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