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의 소용돌이 모양의 머리부분을 깎고 있는 마틴 슐레스케. 이 부분에 적합한 목재는 단풍나무다. 니케북스 제공
삶의 아름다운 의미를 찾아서
마틴 슐레스케 지음, 유영미 옮김 l 니케북스 l 3만2000원 현악기의 본질은 현이던가…. 물어가 보자. 독일의 바이올린 제조 명장은 목재를 찾고, 악기 모델의 형태와 비례를 탐구하고, 직접 만든 연장으로 곡면의 몸을 빚고, 특유의 레시피로 옷(칠)을 입힌다. 그것은 기승전결일 뿐, 각 국면은 더 많은 발단과 위기로 비롯하며 하나의 소명을 완성할 주인공들을 필요로 하는데, 앞판과 저음 울림대 역의 가문비나무, 옆·뒷판·머리로 단풍나무, 지판과 줄감개에 흑단나무가 이를테면 그러하다. 바이올린 몸통을 이뤄 현의 진동을 방해하거나 증폭하는 ‘노래하는 나무들’이다. <울림>은 소리의 원리, 공명의 지혜를 좇는 마이스터의 여정을 순례에 빗댄다. 익숙하거나 낯선 대립적 공명이 조화하여 마침내 음악가가 음을 발견하도록 이끄는 구도랄까. 연주 영역에서 80가지에는 이를 ‘울림’이 없다면 악기는 ‘개성’, 즉 생명을 갖지 못한다. 훌륭한 바이올린은 음악가에게 “연주당하는 느낌” “노래를 부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한다. “몸의 일부가 된다”는 음악가들의 고백만큼 ‘생명’을 ‘간증’할 방도가 있겠는가. 이 지경에서야 아내를 잃고 사무친 고통으로 사출해낸 바흐의 ‘샤콘’이 바이올린 독주로 온전해진다.
거장 요리사를 주인공으로 한 <피그>(2021년)의 한 장면. 배우는 니콜라스 케이지. 스틸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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