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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 블룸 지음, 오승민 그림, 윤여숙 옮김 l 창비(2015) 어린이책 작가는 분명 어른이지만 내면의 어린이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간혹 자녀를 낳고 키워봐야 어린이책을 쓸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일리가 있지만 옳은 말은 아니다.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모리스 센닥은 평생 자녀를 키워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읽어보면 그가 내면의 어린이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존 버닝햄이나 로알드 달 그리고 주디 블룸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주디 블룸의 작품은 ‘엄마가 보면 안 될 것 같은 책’이었다. 그만큼 어린이에서 사춘기로 이행하는 시기에 겪는 십대의 혼란과 갈등, 선뜻 말할 수 없는 비밀을 탁월하게 풀어냈다. <안녕하세요, 하느님? 저 마거릿이에요>에서는 엄마에게 말하지 못하는 사춘기 소녀의 2차 성징을, <포에버>에서는 섹스와 피임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펼쳐내는 식이다. 주디 블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동화를 고르라면 그러나 단연 ‘퍼지’ 시리즈다. 미국에서 1972년 <별 볼 일 없는 4학년>이 나온 이래 <대단한 4학년>, <못 말리는 내 동생>(이상 창비)에 이어 2002년 마지막 권인 <퍼지는 돈이 좋아>(시공주니어)가 출간되었다. 시리즈가 완간되기까지 무려 30여년이 걸렸다. 처음에 작가는 아들을 모델로 삼아 ‘퍼지’라는 캐릭터를 만들었지만 마지막 권은 손자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사이 엄마에서 할머니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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