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의 표지 그림을 그린 윤예지 일러스트레이터의 초기 스케치. 전자책엔 시각장애인이 그림을 ‘감각’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기능을 넣었다. 휴머니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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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위의 유튜-바, 구르님의 유쾌하고 뾰족한 말 걸기
김지우 지음 l 휴머니스트 l 1만6000원 이 책은 ‘장애 입문서’라 해야겠다. 성장기에 토대하여 장애인으로서 요구받는 각오와 전반 생애별 대응이 잘 담겨 있다. 예 들어, 장애아이가 초등학교 학생 간부 수련회에 참가하고자 한다면? (간부가 애초 안 되거나, 혹 되었다면) 그 부모가 따라가 방 하나 따로 구하면 된다. 학교에서 비상대피훈련을 하면? 엘리베이터 이용은 금물이니 교실에 가만있다가 ’대중 매뉴얼’대로 계단 통해 대피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급우들에게 “나 버리고 도망가니까 좋냐?” “너…내가 보여? 난 죽었는데?” 따위 농담을 먼저 던져 친구의 의도치 못한 죄책감을 덜어주면 좋다. 그 밖에 휠체어, 보조기구, 장애 가족의 병원 야식, 장애인에 대한 ‘착한 아이 프레임’ 등 장애 특성과 처지를 요긴하게 활용하는 팁까지 장애인들과 가족이 익히면 좋을 내용이니 ‘우리’ 다 함께 읽으면 되겠다. 특히 막 장애인이 되었거나 내일 되기 마련인 당신과 나도. 20대 초반이 저자라 최신이고, 다행히 사회의 인식은 잘 변하지 않으므로 유효기간은 더 길다. 하나 특기할 점이 있다. 이런 발언을 좀 견뎌야 한다. 나는 관종이다, 생색내기 달인이지, 나는 공부도 잘했어, 지고는 못사는 성격이거든, 파이터 기질이 있지. 당혹스러우려나, 이건 좀 아닌가 싶게? 장애…여성이? 비장애 사회에서 엠제트(MZ) 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이해를 요구하는 많은 담론들이 있어왔다. ‘세대 차이’가 인류의 나이테라면, 엑스(X)세대 장애인도, 엠제트 장애인도, 중2·고3 장애인도 있(어왔)다. 그러나 나이, 이름, 성별, 성격, 욕망과 꿈, 개인사 상관없이 죄다 ‘그냥 장애인’으로 묶으면서 사회는 나머지를 ‘대중’으로 수월히 규범화할 수 있었다. 대중교통과 대중질서처럼. 사회가 성숙하며 아주 조금 더 섬세해졌을 때, 노약자석이 임산부석이 생겼다. 유튜버로 적이 알려진 대학생 김지우(22)씨가 제 생각과 경험을 처음 활자화한 책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이다. 어떤 당돌함은 어떤 눈물을 삼킨 결과이고 “어리고 장애가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많아지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이지만, 그 자신, 책을 “현미”와 “태균”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름’ 태명을 지어준 지 열달 만에 “abnormal”(비정상적)이란 의사의 진단을 받고 사흘을 울되 더 울 수도 없던 저자의 부모, 장애와 비장애를 연결하려던 첫 ‘비장애인’. 그들의 말부터 자신만은 영영 병들지도 늙지도 않으리 생각하는 ‘비장애망상가’들이 들어보면 더 좋을 책이다. 중요한 건 “경험의 공유”가 아닌 “감각의 공유”니까.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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