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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귀중본’ 고서로부터 무엇을 찾아낼 것인가

등록 2022-06-24 05:01수정 2022-06-24 11:06

아무나 볼 수 없는 책
귀중본이란 무엇인가
장유승 지음 l 파이돈 l 1만7000원

흔히 우리 출판문화의 자랑거리로 ‘팔만대장경’을 이야기하지만, 잘 뜯어보면 팔만대장경은 책과는 그리 큰 관련이 없다. 목판 자체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불교 국가 고려는 대장경 목판을 만들면 외침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었고, 이를 실제로 인쇄해 배포하진 않았다. 인쇄를 위한 도구가 아닌 ‘학문의 상징’으로 목판을 만들어 보관한 조선시대 ‘유교 책판’ 역시 마찬가지다.

애초 목판인쇄는 소품종 대량 생산에, 활자인쇄는 다품종 소량 생산에 적합하다. 식자층의 규모가 적고 민간·상업 출판이 약했던 한국에서 중국·일본과 달리 활자인쇄가 발달한 배경이다. 그나마 중앙정부가 금속활자로 소량의 책을 찍어 지방 관청으로 보내면, 거기서 이를 다시 목판을 만들어 대량 생산하는 방식이 18세기까지 이어졌다. 과연 이런 환경에서 다양성을 생명으로 삼는 출판문화가 제대로 피어날 수 있었을까?

한문학자 장유승의 <아무나 볼 수 없는 책>은 제목 그대로 ‘귀중본’을 다룬 책이다. 오래됐거나, 몇 없거나, 유명한 사람의 자취가 담긴 희귀한 책들을 귀중본이라 한다. 안에 담긴 내용이 귀중하다는 뜻이 아니다. 지은이는 이미 전작 <쓰레기 고서들의 반란>(2013)에서 많은 사람들이 읽었기에 흔해빠진 책들로부터 건져낼 것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 이번에는 ‘조선의 스테디셀러’ <포은집>에서 조선의 출판동네 주자동에 대한 기록 <훈도방주자동지>까지 귀중본 26종을 소개하는데, 역시나 신줏단지처럼 모셔지는 귀중본 그 자체보다 그것이 놓인 역사적 맥락으로부터 더 귀중한 것들을 건져 올린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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