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쓸모를 발견하지 못한 꽃과 풀에 대하여
존 카디너 지음, 강유리 옮김 l 윌북 l 1만8800원 지상에 꽃을 피우는 식물은 40만종가량이다. 그 가운데 본디 잡초는 없다. 저자의 말대로라면 “식물은 인간 없이 잡초가 될 수 없고, 인간은 잡초 없이 지금의 인류가 될 수 없었다.” 인간이 작물을 길들였다기보다 작물이 정착농업을 하도록 인간을 유인했으며, 이래 1만2000년의 역사는 잡초와 싸우는 인간의 기록이란 얘기다. 잡초의 정의부터 제각기 내린다는 점에서 수긍할 수밖에 없다. “제 자리를 벗어난 식물”이라는 옛말엔 농본적 순리가 엿보이고, “장점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식물”이라는 에머슨의 설명은 그가 자연의 효용을 이상주의적으로 짚은 <자연론>의 각주처럼 들린다. 꽃이나 작물이 잡초가 되기까지 ‘뒤웅박 팔자’라는 건 민들레로 특히 여실해진다. 입때껏 한국은 물론이거니와, 민들레를 악마 취급하는 미국에서도 20세기 전까진 잡초 아닌 순수의 노란꽃이었다. 19세기 월트 휘트먼은 시 ‘첫 민들레’에서 꽃을 어린이에 비유하며 “새벽처럼 순수하게, 금빛으로 조용히” 피어난다고 노래했고, 프로이트는 “노란색 꽃이 거의 환각처럼… 눈부실 정도로 도드라져 보였다”며 제 소싯적 기억 속에 각인된 민들레와 소녀의 이야기를 문헌에 남기기도 했다. 민들레의 격은 미국의 가정에서 너도나도 푸른 잔디밭을 가꾸면서 달라진다. 1860년대 남북전쟁 뒤 혼돈상에 대한 반작용으로 잔디정원에 질서에 대한 욕구를 투사했고, 노란꽃, 바람에 이는 홀씨는 빠르게 매력을 잃는다.
민들레(Dandelion). 사자(Lion)의 이빨을 뜻하는 라틴어가 어원이다. 노란색 민들레의 꽃말은 우정, 행복, 평화이지만, 미국선 그리 간주되지 않을 법하다. 윌북 제공
구글에는 민들레를 박멸하는 방법 등의 문의나 정보가 수없이 검색된다. 구글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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