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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우리의 언어를 어떻게 바꿨을까
그레천 매컬러 지음, 강동혁 옮김 l 어크로스 l 1만9000원 50대 부장님은 ‘카톡’ 메시지마다 말줄임표(…)를 붙여, 팀원들이 점 개수로 부장님의 마음 상태를 추측하게 만든다. 반면 엠제트(MZ)세대 팀원들은 문장 하나도 메시지 다섯개로 나눠 ‘다다다다’ 보내 부장님을 어질어질하게 만든다. ‘네.’ ‘네!’ ‘넵’ ‘넹’ ‘네엡’ 등을 상황에 따라 잘 골라 쓰고, 카톡이 아닌 이메일에도 마침표(.)와 느낌표(!)를 섞어 써야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는 건 직장인들 사이 암묵적 규칙이 된 지 오래다. 언어학자이자 인기 팟캐스트 <언어학 열정>(Lingthusiasm)의 공동 제작자인 그레천 매컬러가 쓴 책 <인터넷 때문에>는 인터넷이 지난 30년간 만들어 온 언어학적 혁신을 추적한다. 비틀스 멤버들이 1970년대 말 주고받은 엽서에서 부장님 카톡 말줄임표의 기원을 찾고, 미국의 한 대학 구성원들이 1982년 온라인 게시판에 남긴 토론에서 오늘날 이모지와 이모티콘의 원형인 ‘:-)’의 탄생사를 찾는다. 저자는 인터넷 때문에 생긴 언어 변화를 ‘오용과 파괴’라고 비판하고 부정하는 건 “구식 라틴어 숭배를 고수하는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흘러간 강물에 다시 발을 담글 수 없듯, 흘러간 언어에 또 발을 담글 수는 없다.” 인터넷 언어의 유연함이 의사소통의 효율성을 오히려 높여준다는 저자의 확고한 입장은 책 제목에도 드러난다. 영어 원제는 ‘비코즈 오브 디 인터넷(Because of the Internet)’이 아닌 ‘비코즈 인터넷(Because Internet)’. 무엇이 생략됐는지 누구나 명백히 알 수 있는 상황에서 효율성을 추구하려 기꺼이 격식을 파괴하는 일을 저자는 “사랑해 마지않는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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