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시인추모문화제 추진위원회 이부영 상임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추모문화제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임진택 판소리 명창,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유홍준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 연합뉴스
지난달 8일 세상을 떠난 김지하(1941~2022) 시인을 기리는 추모문화제가 오는 25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천도교 대교당에서열린다.
‘김지하시인추모문화제추진위원회’(이하 위원회)는 21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김 시인의 49재를 맞아 고인의 지인들이 모여 민주화운동, 문학 활동, 생명운동, 민중문화운동 등 삶의 궤적을 기리는 추모문화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부영, 함세웅, 임진택, 유홍준 등 원로 진보 지식인과 문화예술인 240여명이 대거 추모위원으로서 추모문화제에 나선다. 이날 이부영 추모문화제 상임추진위원장은 “지난달 오랜 병을 앓아오던 김지하 시인이 세상을 떠났을 때 코로나로 인해 가족장으로 치러진 원주 빈소에 문상객들이 많이 오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사회장’과 같은 49재 추모 행사를 추진하게 됐다”면서 “고인을 존경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1991년 <조선일보> 기고 글로 인해 마음에 응어리가 진 분들도 그 응어리를 푸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추모문화제 취지를 설명했다.
김지하시인추모문화제 추진위원회 이부영 상임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추모문화제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문국주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 이사장, 임진택 판소리 명창,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유홍준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 연합뉴스
김 시인은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시를 발표하고 인혁당 사건 조작 사실을 폭로하는 등 민주화운동에 앞장선 ‘투사 시인’으로 국내외에서 존경받았으나, 1991년 <조선일보>에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라는 글을 실은 후 문단뿐 아니라 시민사회에서도 큰 비난을 받았다. 추모문화제 사회를 맡은 유홍준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고인은 노년에 투옥과 고문 후유증 등으로 정신병리적인 현상을 겪으며 (글을 통해)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60~70년대 민주화운동에서 그가 한 역할은 영원히 기록될 정신문화의 자산”이라면서 “민주화운동뿐 아니라 생명운동, 나아가 그림과 글씨에서도 큰 예술적 성취를 이뤘는데 이런 부분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은 점을 안타깝게 생각해 문화제 때 대중들에게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추모문화제에서는 고인의 미발표 시 8편이 낭독될 예정이다. 임진택 명창은 이날 간담회에서 “1999년 전통 연희 작품을 준비하면서 김지하 시인에게 극본을 의뢰했는데 병이 깊어 극본을 완성하지 못한 시인으로부터 당시 받은 시”라고 소개하면서 “견딜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정신을 일깨우려는 고인의 생명 사상이 담긴 뜻깊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도올 김용옥, 황석영 소설가, 염무웅 평론가 등이 나서 고인의 민주화운동과 문학적 궤적에 대해 소개하고 김사인, 김형수, 홍일선 시인 등이 고인의 창작시와 추모 시 낭독에 나선다. 일본 문예지 <우미> 편집장으로 1970년대 전세계적으로 김지하 시인의 구명 운동을 펼친 미야타 마리에도 참석해 당시를 회고한다. 또 ‘금관의 예수’ ‘타는 목마름으로’ 등 고인의 시에 곡을 붙인 민중가요와 탈춤 공연 등도 열려, 문학부터 미술, 마당극까지 폭넓게 창작활동을 했던 고인의 궤적을 그리는 종합문화공연행사로 진행될 예정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