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치 시민의 용기와 양심
쓰시마 다쓰오 지음, 이문수 옮김 l 바오 l 1만6000원 영화 <쉰들러 리스트>, <인생은 아름다워>, <피아니스트>의 공통점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배경으로 한 영화라는 점이다. 세 영화 모두 나치의 잔혹한 인종청소 속에서 피어난 한 줄기 인간애를 보여주지만, 그 인간애가 숭고할수록 나치의 잔혹함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영화 이면에는 피해의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역사적 교훈이 있는 셈이다. 가해자인 나치 독일은 어땠을까. 정의와 상식, 양심에 바탕한 반나치 운동이 있었다. 영화 <발키리>로 만들어지기도 했던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의 히틀러 암살과 나치 체제 전복 시도가 대표적이다. 뮌헨대학에서 나치의 악행을 비판하며 나치가 패망할 것이라는 전단을 뿌리다 검거돼 희생된, 한스·죠피 숄 남매가 주도했던 ‘백장미단’ 활동도 유명하다. 일본 역사학자가 쓴 <히틀러에 저항한 사람들>은 이렇듯 ‘시민적 용기’에 바탕해 나치에 저항했던 이들의 역사를 총괄한다. 슈타우펜베르크 대령과 숄 남매도 당연히 포함되지만, 그동안 덜 또는 뒤늦게 조명됐던 평범한 노동자와 지식인 그룹 등의 나치 저항 운동사를 차곡차곡 펼쳐놓은 게 미덕이다. 감시와 밀고, 회유와 협박이 일상화된 세상에서 용기 낸 이들은 현재 추앙의 대상이 됐지만, 당시엔 전국민적 격분의 대상이었다. 압도적 다수 독일 국민은 민주적 과정을 통해 집권하고 경제발전과 사회안정이란 성과를 낸 히틀러와 나치를 무한 지지했고, 전후 연합군 점령 때도 그 지지는 여전했을 정도였으니. ‘다수 횡포’에 대한 견제와 ‘주체적 자아’들에 대한 존중, ‘다름’에의 여유가 그때만 필요했을까, 묘한 여운이 남는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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