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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벼룩과 가가린의 공통점은 뭘까

등록 2022-06-10 05:00수정 2022-06-10 10:44

마법의 비행
리처드 도킨스 지음, 야나 렌초바 그림, 이한음 옮김 l 을유문화사 l 2만원

창공의 새처럼 훨훨 나는 꿈은 인류의 오랜 숙원이었다. 우리 시대의 가장 탁월한 과학자이자 저술가인 리처드 도킨스는 ‘비행’을 열쇳말 삼아 ‘날 줄 아는’ 동물과 ‘날기를 원한’ 인간을 비교하며 진화론의 비밀을 재미나게 풀어낸다. 15개의 장으로 이뤄진 이 책은 단순한 질문으로 시작해 명쾌한 답으로 끝낸다. 왜 비행이 쓸모가 있을까? 비행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다면 왜 일부 동물들은 날개가 퇴화됐을까? 날기에 좋은 조건은 뭘까? 비행기와 동물의 비행 작동 방식은 어떤 공통점이 있나? 중력에 맞서는 상태(무중력)는 우주에서만 가능한가? 그리고 근본적 질문. 지구의 생명체, 즉 ‘우리’는 왜 비행하려고 하는가.

비행은 유용하다. 높은 상공을 날며 넓은 시야로 먹잇감을 찾는 독수리를 보라. 높은 절벽 위로 날아올라 둥지를 틀면 안전도 담보된다. 하지만 대가가 따른다. 날개를 키우는 데도, 날갯짓을 하는 데도 에너지가 많이 든다. 뉴질랜드의 모아나 마다가스카르의 코끼리새처럼 포식자가 없거나 몸집을 키워도 되는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후손들의 날개가 작아지는 이유다. 도킨스는 ‘트레이드 오프’, 즉 경제학적 타협으로 진화를 설명한다. 날개 있음의 유리함과 날개 없음의 유리함 그 어느 지점에서 절충이 이뤄진다.

인간과 동물의 비행 원리는 비슷하다. 새들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며 이륙하거나 온난 상승 기류를 통해 솟구쳐 오른다. 뭉게구름으로 상승기류를 찾아내는 글라이더 조종사처럼 새들 역시 구름을 알아보거나 지형을 읽을지도 모른다. 새의 날개 끝 쪽 깃털 사이에 틈이 벌려져 있는 것은, 항공기들이 안전한 운행을 위해 ‘날개 슬랫’을 장착한 이유와 같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용하듯 백조는 수면 위를 빨리 달려 이륙한다. 인간이 이룩한 과학의 발전은 이미 동물도 성취한 바 있으니, 최초의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로켓의 힘으로 무중력의 상태에 도달했듯, 벼룩도 레실린이라는 놀라운 탄성 물질로 도약해 짧은 순간 무중력에 이른다.

도킨스는 동물의 날개가 진화한 것은 ‘현재 이곳’에서 벌어질 위험을 회피하고자 자손들을 멀리 보내려는 ‘외향 충동’에 따른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외향 충동 역시 위대한 도약을 이뤄냈다. 미지의 세계를 찾아 우주선에 몸을 싣는 비행사들, 시간의 기원을 살펴보려는 과학자들…. “일상생활의 평범함으로부터 나선을 그리면서 상상력이 점점 희박해지는 높이까지 탈출”하는 이들이다. 상승기류를 타고 산소가 희박한 높이까지 날아가는 새들과 닮지 않았는가.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그림 을유문화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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