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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장으로까지 간 시험능력주의…방관은 죄악”

등록 2022-05-31 16:57수정 2022-06-01 14:46

사회학자 김동춘, <시험능력주의> 출간
한국사회 지난 10년 능력주의 관점서 꿰뚫어
“교육-노동의 중층적 유관성 짚어야 대안 가능”
3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가 자신의 새 책 <시험능력주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3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가 자신의 새 책 <시험능력주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윤석열(대통령), 한동훈(법무부 장관)으로 집약되는 (바), 고시 출신이 법조인으로 있다가 곧바로 대통령이 된 건 처음인데, 민주화 이후 ‘시험능력주의’가 정치권력의 장으로까지 가게 되는 현실이다.”

지난 수년간 ‘악전고투’해온 ‘능력주의’에 대한 담론과 성찰이 새 정부에 가로막힌 모양새다. 윤석열 정부가 능력주의를 내면화하고, 인사원칙으로까지 표방했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김동춘의 신간 <시험능력주의>(창비)는 비판적 담론의 연장에 서 있으나, 새 시대를 만나 더 새롭고 의연할 수밖에 없음을 알린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융합자율학부 교수는 3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시험능력주의>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사회의 교육은 ‘노동자 안되기’ 전쟁”이라며 “과도할 정도로 엘리트층에서 시험능력주의의 원리가 작동하고 부추기며, 뒷면에서는 사람들이 그들(시험능력자)을 지지하고 선호하는 메커니즘이 있는데, 그건 결국 (배경에) 노동배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모두가 패자가 되는 함정’이라는 기존 능력주의 비판 담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책은 능력주의가 심화된 근원적 배경을 아이엠에프(IMF) 구제금융 이후 노동의 소외, 노동의 위기에서 찾는다. 대학입학시험이 1차 선별, 입사시험이 2차 선별로 작동하되, 소수의 합격자(능력자)와 대다수의 탈락자(무능력자)를 구별 짓고 이 구별을 수용하게 하는 이데올로기가 엄연한 지배질서라는 게 김 교수의 진단이다. 무엇보다 1차 선별의 ‘누적 효과’ 탓에 교육이 입시수단으로 전락, 고용이 불안정하고 값싼 ‘노동자’가 되지 않기 위한 전쟁을 학교에서부터 치른다는 지적대로, 교육-노동의 중층적 유관성을 꿰뚫지 않고선 능력주의의 이해도, 대안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김 교수는 “시험에 이렇게 매달리는 이유는 시험 외 다른 공정한 절차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한국사회 불신의 구조를 시험능력주의의 토대로 또한 지목했다. 이른바 ‘조국 사태’나 최근의 한동훈 장관 자녀 교육 문제를 포함해 기득권의 지위 세습 방식이 숱한 사례로 목도된 결과다. 따라서 “아무리 입시제도를 개선해도 해결할 수 없는” 것이 교육문제이며 시험능력주의의 폐단이다.

책은 ‘학술적 사회비평’을 꾀하며 대안 제시에 주력한다. 평가의 다양화, 대학서열 구조 완화, 수도권 집중 해소 등의 제도개혁, 지위독점 해소, 노동존중, 임금불평등 극복 등의 구조개혁, 그리고 능력주의의 이데올로기성에 대한 비판과 극복 등의 가치개혁이다.

시험능력주의에 대한 젊은 세대의 ‘추종’은 여전해 보이고, 보수 정부는 기조로까지 삼는 터, 이는 김 교수가 “(이러한 비평 담론이) 공염불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거듭 능력주의를 몰아세우는 배경일 것이다.

“5년 전부터 준비했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너무 실망을 많이 했다. 교육은 출발부터 고도로 정치적인 문제이고, 우리 사회의 좋은 지위를 누구에게 어떻게 배분할까의 문제인데 이걸 도외시하고 교육을 입시문제로 국한시키려는, 우리 사회 엘리트층의 전략이랄까, 문제의 핵심을 알고도 피하려는 측면이 (문 정부에) 있었다고 본다”는 그의 서두는, “시험능력주의 이면에 청년들의 고통이 너무 크다. 이걸 방치하는 건 기성세대의 죄악”이라는 말로 마무리됐다.

글·사진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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