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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평 외 지음 l 은행나무 l 1만4000원 “언니, 나는 타고난 관종인가봐. 사람들이 나를 봐주는 게 너무 짜릿해.” 이서수의 단편 ‘젊은 근희의 행진’에서 화자인 문희의 동생 근희가 언니에게 하는 말이다.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을 즐기며 그를 위해 자신을 포장하고 노출하기를 서슴지 않는 태도가 근희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혐오와 시샘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관종’을 주제로 한 합동 소설집이 나왔다. 손원평, 이서수, 한정현 등 젊은 작가 8명의 단편을 모은 <관종이란 말이 좀 그렇죠>는 출판사 은행나무가 내는 테마 소설집 ‘바통’의 다섯번째 주자다. 수록작 모두가 취지에 부합하지는 않아 보이지만, 손원평(사진)의 ‘모자이크’는 에스엔에스 시대 관종의 탄생과 그 파장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여길 봐도 노답 저길 봐도 노답”인 막막한 상태에서 탈출구로 유튜브를 택한다. 계정을 만들고 자신의 손과 발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고 보정을 해서 올린 콘텐츠가 뜻밖에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구독자가 늘면서 내용은 점점 더 과감해진다. 실제 삶이 아니라 자신이 소망하는 신분과 일상을 꾸며서 제시하며 “나 제정신인가” 의심도 하지만, 그저 “사랑받고 싶었”을 뿐이라며 자신을 합리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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