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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광주 ‘꼬마 상주’에게 33년 만에 도착한 편지

등록 2022-05-20 05:00수정 2022-05-20 09:52

‘오월 광주’ 그림책 두권 눈길
권정생 작가 편지 담은 ‘봄꿈’
아버지 잃은 슬픔으로 비극 담아
연대와 나눔 담은 ‘오월의 주먹밥’

봄꿈: 광주의 조천호 군에게…
고정순 글·그림, 권정생 편지 l 길벗어린이 l 1만6000원

오월의 주먹밥
정란희 글, 김주경 그림 l 한울림어린이 l 1만5000원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든 ‘꼬마 상주’와 시민군의 주린 배를 채워준 ‘주먹밥’. 오월 광주의 상징처럼 남은 두 소재를 다룬 그림책이 나란히 나왔다. <봄꿈: 광주의 조천호 군에게…>와 <오월의 주먹밥>이다.

<강아지똥>을 쓴 고 권정생 동화작가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고 8년이 지나 신문에서 아버지의 영정을 든 조천호군의 사진을 보고 편지를 썼다. “여기 경상도에서는 5월에 늦게 피는 철쭉꽃을 넌달래꽃이라 부른다”로 시작하는 편지에는 당시 광주의 슬픔을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어른의 사과가 들어 있다. 생전에 부치지 못했던 편지는 지난해에야 어른이 된 조천호씨에게 전달됐다. 수신인에게 닿는 데 33년이 걸렸다. 고정순 동화작가는 조씨를 만나 그의 어린 시절을 권 작가의 편지와 함께 그림책으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그렇게 나온 책이 <봄꿈>이다.

책은 5·18 광주의 비극을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다섯살 아이가 아빠와 함께 자전거 타고, 물놀이하고, 수박 먹는 평범한 일상을 그림일기처럼 보여준다. “아빠처럼 큰 사람이 되고 싶어” “아빠와 놀 때가 가장 즐거워” “아빠도 나처럼 그랬어?” 재잘대는 아이의 행복한 시간이 끝났을 때 느껴지는 슬픔으로 역사의 무게를 비로소 실감하게 한다. 전 연령.

<오월의 주먹밥>은 5·18 당시 군사정권에 맞섰던 광주 시민들과 이들에게 주먹밥을 만들어 날랐던 어머니들의 이야기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겪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항상 마음 한편에 담아뒀다는 전남 무안 출신 정란희 동화작가가 펴냈다. 책은 엄마를 도와 주먹밥을 만드는 경이의 시선으로 ‘그날들’을 써내려간다. “민주주의도 밥을 먹어야 힘을 쓰제. 이건 우리 대한민국에게 주는 밥이여!”라며 끊임없이 가족과 이웃에게 전달됐던 주먹밥은 죽음의 두려움을 이겨내는 희망이었다. 갓 지은 고소한 밥 냄새와 거리의 맵싸한 화약 냄새가 엉켜 있는 이야기에 절로 숙연해진다. 8살 이상.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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