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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지나며 배운 삶과 사랑의 방식
양선아 지음 l 한겨레출판 l 1만5500원 한 시간, 두 시간이 모여 하루가 되고, 하루가 모여 1년이 된다. 촘촘하게 이어지는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평생이 되지만, 우리는 그저 일상으로 취급해 소중함을 모른다. 하지만 어느 날 시커먼 옷을 걸친 불행이 난데없이 찾아와 삶을 옥죄면 찰나조차 더없이 귀중하다는 걸 깨닫는다. 2019년 12월12일. 저자에게 그날은 “활짝 열려 있던 문이 철거덕 하고 닫”히고 “깜깜한 어둠 속에 던”져진 날이다. 의사는 유방에 약 2.5㎝ 크기의 암 덩어리가 있다고 했다. 유방암 3기. 그는 서럽게 울었다. 억울했다.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 그였다. 하지만 그가 불행을 대하는 태도는 남달랐다. 병마에 함몰되지 않고 “암 투병으로 이어지는 삶도 내 인생”이며 “이 시간 또한 내 삶의 일부”라며 친구 삼는다. 새 친구는 강퍅하고 잔혹하고 이기적이었지만, 그는 결국 “곰국처럼 진한 삶의 즐거움과 앎의 기쁨을 선물”받았다고 말한다. 책은 20여년간 일간지 기자로 분주하게만 산 이의 암 투병기지만 우리가 발견한 것은 뜻밖에 위로와 격려다. 책은 정보도 넉넉한데, 몸 상태 기록 노트에 담아야 할 내용이나 5분밖에 안 되는 의사와의 면담 시간을 잘 쓰는 법, 매일 보약처럼 먹은 채소 샐러드의 재료 등 암 환자라면 요긴할 만하다. 환우들끼리의 연대의 소중함을 강조한 저자는 불행을 통해 오히려 삶의 다른 경지에 오른 이만이 아는 지혜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먹고 싸고 자는 그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기적과 같은 것인지 알아버렸기에(…) 저절로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 오늘 우리가 새길 값진 진리는 결국 일상 속에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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