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자고, 이건 내 몸입니다
마르탱 뱅클레르 지음, 장한라 옮김 l 교양인 l 2만3000원
<나는 여자고, 이건 내 몸입니다>는 여성의 몸과 건강에 대해 꼭 알아야 할 내용을 정리한 건강 실용서다. 월경, 섹슈얼리티, 피임, 임신중단, 임신, 완경(폐경) 등 여성의 생애 주기를 따라 질문 144개를 던진 뒤 답변을 제시한다. “월경 중에는 아픈 게 정상인가요?” “나에게 맞는 피임법은 어떻게 찾나요?” “완경기에 꼭 호르몬 대체 요법을 받아야 할까요?” 등 여성이라면 한번쯤 품었을 만한 궁금증들이다. 프랑스 출신 의사이자 작가인 지은이는 20여년간 여성들을 진료한 경험과 최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명확하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설명을 제공한다.
풍부한 정보와 함께 이 책의 미덕은 철저하게 여성의 입장에 서서 사안들을 바라보는 지은이의 시선이다. 남성인 지은이는 “저는 가장 중요한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이들의 경험을 지켜보았습니다. 여성의 몸에 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은 여성들이 가르쳐준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가르침’을 근거로 삼아 그동안 남성, 의사, 제약업계에 의해 왜곡되고 일그러졌던 사실들을 바로 펴고 뒤집는다.
월경 주기가 28일이라는 말은 20세기 초 월경을 달의 주기에 끼워 맞추려 했던 의사들이 독단적으로 지어낸 것이다. 한 여성의 삶에서 월경 주기는 짧아지거나 길어질 수 있고, 완전히 불규칙해질 수도 있다. 성욕과 관련해 ‘정상’이나 ‘비정상’은 없다. 유일한 기준은 자기 자신이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는 신경 쓰지 말고 스스로 어떻게 느끼는지만 고려하면 된다. 자발적 임신 중단은 여성의 권리다. 임신을 이어갈지 말지는 여성이 결정해야 한다. 임신은 여성의 몸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완경은 질병이 아니다. 증상이 있을 경우 호르몬 대체 요법을 제안할 수는 있지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 호르몬 대체 요법을 받고 ‘여성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말은 성차별적이며 아무 의미 없는 말이다.
일부 의사들의 가부장적이고 위압적인 태도, 과잉진료에도 맞서야 한다. 여성이 고통을 호소하면, 믿지 않거나 ‘심리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의사가 많다. 하지만 환자가 고통스럽다고 할 경우 의사는 그 말을 믿어야 한다. 1년에 한 번씩 꼭 부인과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증상이 없다면 진료를 받지 않는 것이 합리적인 태도다. 신체를 평가하는 의사에게는 지적을 멈추라고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무례한 행동이고 성희롱이다. “원래 이래요, 다른 방법은 없어요” “이건 너무 어려워서 이해 못할 겁니다” “기분 탓이에요” 같은 말을 하는 의사들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
지은이는 남성에 비해 여성의 몸으로 살아가는 일 자체가 주는 ‘생리적 부담’이 있다고 말한다. 남성의 생리적인 생애에서 주요한 사건은 사춘기일 뿐이지만 여성은 월경, 임신, 출산, 수유, 유산, 완경 등 40여년 동안 생리적인 사건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여성이 짊어진 생리적 부담의 무게를 더는 일은 모든 의사들의 근본적인 사명”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여성 스스로도 직접 정보를 찾고 선별해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관점과 의사와 의학 정보를 대하는 태도까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안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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