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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자와 요 지음, 박정임 옮김 l 피니스아프리카에(2022) 한국에서 제일 인기 있는 일본 추리소설 작가는 여전히 히가시노 게이고일 테지만, 요새 활발히 소개되며 주목받는 작가는 아시자와 요가 아닐까 한다. 2017년 <아마리 종활 사진관>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후, 2021년에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죄의 여백> <나의 신>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네 권이 쏟아져 나왔다. 이 1984년생 여성 작가의 작품은 평범한 사람들이 어둠 속으로 굴러떨어지는 서늘한 순간을 간결한 언어와 구조로 포착한다. 짧지만 강렬한 작품들을 모은 연작 단편집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최근 출간된 <더러운 손을 거기에 닦지 마>는 작가의 작품 경향이 선명하고도 깔끔하게 표현된 작품집이다. 다섯 편의 단편을 관통하는 주제는 ‘돈이 뭐기에’와 같은 안타까움이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차라리 간단하다는 속 편한 말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돈 문제는 전혀 간단하지 않다. 두 번째 수록작인 ‘벌충’은 학교 수영장의 배수 밸브를 잠가야 하는 업무를 깜박 잊어버린 교사의 이야기이다. 수영장 물이 반쯤 빠져나간 건 다시 채우면 되지만, 수도 요금 청구서가 나오면 자기가 실수한 사실이 들통난다. 손해는 크지 않으니 배상하면 그만인데도,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그는 어떻게든 물을 유실한 사실을 은폐할 방도를 궁리한다. 그가 고안해 낸 방법이 과연 그를 구해줄까? 아니면 더 큰 곤란에 빠뜨릴까? 나머지 네 편의 단편도 유사한 상황들을 다룬다. ‘망각’은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아내가 이웃에게 범했을지도 모르는 실수를 감추려는 남자의 이야기며, ‘매장’은 촬영이 끝난 영화를 어떻게든 무사히 개봉하고 싶은 영화감독의 절박함을 그렸다. ‘미모사’는 현재 성공한 요리 연구가이자 작가인 여자가 과거 불륜 상대였던 남자를 다시 만나면서 생기는 불안감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단지 운이 나빴을 뿐’은 제목부터 작가가 여러 인터뷰에서 스스로 밝힌 세계관을 보여준다. 우리가 평범하고 선량한 삶을 유지하는 건 그저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처음엔 그저 불운이 왔다. 그러나 그를 인정하지 않으면 악이 되고 더 큰 악의와 맞닥뜨린다. 아시자와 요의 소설들을 ‘이야미스’(기분이 나빠지는 미스터리) 계열에 넣기도 하지만, 그의 작품을 읽으면 불쾌해진다기보다는 어찌할 수 없는 우연과, 하지만 그래도 하지 않았어야 할 선택을 숙고하게 된다. 소설 속 인물들은 실수와 잘못을 저질렀으나, 어느 순간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인간의 가장 큰 오만은 ‘내 운이 그렇게 나쁠 리 없다’고 편하게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을 거라고 믿어버린다. 아시자와 요는 분명하게 말한다. 세상의 다른 사람들만큼이나 내 운은 나쁠 수 있고, 어쩌면 더 나쁠 수도 있다고. 더러운 손을 숨기려고 아무 데나 함부로 닦으면 안 된다. 더러움은 감춰지지 않고 점점 번져간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감춰보려는 헛된 노력을 하는 이들이 있고, 그러기에 삶에는 늘 옅은 애상이 흐른다. 아시자와 요는 이 애상이 흐른 뒤에 남은 얼룩을 집어내 가리키는 작가이다. 작가,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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