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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냉전의 연쇄와 분단국가체제
허은 지음 l 창비 l 2만8000원 박정희 정부가 몰두했던 ‘새마을’은 “잘살아 보세”를 외친 ‘새마을운동’, 곧 개발영역에서의 근대화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만 주로 인식된다. 한국사학자 허은 고려대 교수가 펴낸 <냉전과 새마을>은 1970년대 박정희 정부가 추진한 농촌 재편정책을 단지 ‘새마을운동’ 중심으로 파악해온 한계를 지적한다. 안보영역으로까지 시야를 확장하면, ‘냉전·분단국가체제’의 기반으로서 새마을의 더 깊은 의미가 드러난다. 책은 ‘동아시아-한반도-한국사회’라는 중층적인 공간과 1930~1970년대를 관통하는 냉전의 시간대에서 새마을이란 과연 무엇이었는지 입체적으로 조명하려고 시도한다. 과거 식민제국은 식민지 건설을 위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저항세력과 민간인을 분리하는 강제이주와 집단수용 정책을 폈고, 이것의 복잡한 연쇄와 상호 학습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아시아 지역에서 ‘냉전의 새마을’이 등장하는 토양을 제공했다. 지은이는 “정치세력의 권력투쟁뿐 아니라 민중이 삶을 영위하는 공간의 지배와 재편을 놓고 벌어지는 전쟁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동아시아에서 냉전은 ‘밑으로부터의 냉전’이었으며, 내부의 위협 요소를 뿌리뽑기 위한 농촌 지배 전략의 핵심이 ‘냉전의 새마을’이었다고 본다. ‘유격대국가’든 ‘대유격대국가’든, 마을에서 민중을 동원하는 총력전이 ‘밑으로부터의 냉전’의 본질인 셈이다.

1968년 ‘표준방위촌’으로 선정된 충청북도 청주시 미원면의 모습. 박정희 정부는 전국 각 도에 한 곳씩 ‘표준방위촌’을 선정했으며, 주민들은 강도 높은 대공 훈련을 받아야 했다. 그 뒤 ‘대공전략촌’ 건설로도 연결된 이런 흐름은 박정희 정부가 추진한 ‘냉전의 새마을’을 기반으로 한 ‘분단국가체제’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창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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