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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시인의 마을] 거미가 바람에 실을 날리고 - 박균수

등록 2022-04-01 04:59수정 2022-04-01 08:47

어둠의 살갗에 소름 돋아나고
표정 잃고 누웠네
울며불며 빼앗아온 입자들
하나씩 돌려주고
입이 열려
진균이 혀를 먹고
내장을 소화하고
벌어진 컴컴한 공간
거미가 바람에 실을 날리고
차원을 이어 붙여 집을 짓네
초라한 은하들이 피었다 지고
그대 잃고 내 마음도 누웠네
제 몸의 독 펄펄 끓어
신열에 들뜬
길고 긴 뱀처럼
그리운 생각 들어오네

-시집 <소멸의 산책>(문학의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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