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BOOK]
횡단보도 흰 선 밟지 않기 등
강박행동 보이는 열한살 루이
우연히 발표대회에 나가면서
외면했던 현실에 맞설 용기 내
횡단보도 흰 선 밟지 않기 등
강박행동 보이는 열한살 루이
우연히 발표대회에 나가면서
외면했던 현실에 맞설 용기 내
뱅상 자뷔스 글, 이폴리트 그림, 김현아 옮김 l 한울림스페셜 l 1만5000원 불안과 우울이 엄습할 때 아이들은 신호를 보낸다. 머리카락을 빙빙 꼬아대거나 잠에 빠져 나오지 않는 식이다. 신호는 다양한데 부모들은 잘 알아채지 못한다. 벨기에의 유명 만화작가들이 만든 <숨을 참는 아이>는 강박증에 걸린 아이가 용기를 내 스스로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주인공은 열한살 루이. 루이에겐 몇 가지 버릇이 있다. ‘1, 2, 3, 톡톡톡, 1, 2, 3, 톡톡톡’ 셋 세고, 코 세 번 두드리기다. 검은 자동차를 봐서는 안 되고, 누군가 길에서 자기를 알아봐도 안 된다. 스스로 만든 규칙으로 점수 내는 일에도 집착한다. 횡단보도 흰 선을 밟지 않고 건너면 60점, 누구하고도 얘기하지 않으면 20점, 엄마 생각하지 않으면 200점이다. 루이는 방에 틀어박혀 우주, 역사 등 다양한 주제로 지식카드를 만드는 데 열중한다. 혼자 노는 동안 루이의 머릿속에는 끝없이 “쓸모없는 녀석!” “멍청이!” 같은 말들이 들린다. 루이가 망상에 괴로워해도 워커홀릭 아빠는 “잠깐 기다려” 같은 목소리로만 등장할 뿐 루이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 엄마는 하트가 그려진 유골 깡통에 있다. 어느 날, 루이는 발표수업 자료를 놓고 가는 바람에 즉흥 발표를 하게 된다. 지식카드를 만들며 외웠던 각 나라의 장례문화 발표는 성공적이었다. 더 나아가 지역 발표대회에 나가는 기회도 잡는다. 관심과 칭찬이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이었나? 루이는 새 발표 주제에 몰두한다. 좋은 주제를 잡고 싶어 벨기에 국왕을 만나러 가기로 한다. 동행자는 바쁜 아빠 대신 외삼촌. 가는 길에 여러 난관을 겪지만 루이는 포기하지 않는다. 집에 걸려오던 숨소리만 들리는 전화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은 놀랍기까지 하다. 200쪽가량의 <숨을 참는 아이>는 강박증, 우울증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작가는 루이의 입을 빌려 마음이 힘든 이들을 응원한다. “우리가 여기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이미 기적이에요.” 7살 이상.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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