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BOOK]
한국경제의 새로운 30년을 향하여
김용범 지음, 권순우 정리 l 창비 l 1만8000원 고위 정책담당자가 쓴 책은 대체로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위기와 같은 극적 국면에서 글쓴이를 비롯한 몇몇 인물의 역할이 부각된 책. 주연급 캐릭터가 분명한 만큼 읽는 재미가 쏠쏠한 반면, 책 전체를 꿰는 논리는 약한 경우가 많다. 또 다른 부류는 발생한 일의 정리에 충실한 책이다. 자연스레 밋밋하고 평탄한 전개가 이어지는 대신, 글쓴이의 관점과 문제의식이 또렷하게 살아나고 다 함께 짚어봐야 할 숙제의 실체도 도드라진다. 30년 이상 한국경제의 최전선을 지켜온 관록의 경제 관료가 쓴 <격변과 균형>은 두 번째 부류에 가깝다. 위기 국면이 지난 시점에서 과거를 돌아보는 회고록이 아니라, 아직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위기가 진행형이라는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2년 가까이 세계경제를 덮친 팬데믹이 서서히 회복기에 접어드는 이 시기에 외려 세계경제의 복합위기 징후를 읽어내는 글쓴이의 진단을 따라가다 보면 서늘한 기운마저 느껴진다. 세계경제는 이미 21세기 들어 몇 차례 커다란 위기를 거치며 기존 질서의 상당 부분에서 새로운 단층선이 등장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문제는 코로나 팬데믹이 그 단층선의 폭과 깊이를 한층 더 넓고 깊게 패어냈다는 사실. 지난 시기에 깨달은 낯익은 지혜의 효용이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장수는 늘 지난 전쟁을 싸운다.” 성공한 장수일수록 승리의 추억에만 매몰돼 옛날 방식으로 전쟁에 나서다 낭패를 볼 수 있음을 경계하는 문구다. 한국경제의 새로운 30년을 위한 새로운 전법을 역설하는 글쓴이의 출발점은, 역설적이게도, 복기와 성찰이다. 평범함이야말로 진정한 새로움의 무기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