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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코로나 위기에 맞선 화이자 리더십

등록 2022-03-18 04:59수정 2022-03-18 10:16

[한겨레BOOK]
백신 개발부터 생산까지 9개월
화이자 최고경영자가 써내려간
“과학은 이긴다”는 확고한 신념
혁신과 도전의 숨겨진 이야기

문샷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화이자의 대담한 전략
앨버트 불라 지음, 이진원 옮김 l 인플루엔셜 l 1만8000원

화이자 최고경영자(CEO) 앨버트 불라는 2020년 3월 그리스에서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생각에 잠겼다. 코로나19가 무시무시한 팬데믹이 되어가던 그때 불라는 고심 끝에 화이자가 추진할 최우선 과제 3가지를 메모지에 적었다. “1. 직원들의 안전과 안녕(Safety & wellbeing of employees) 2. 핵심 의약품의 병원 공급!!!(Supply of critical medicines Hospitals!!!) 3. 코로나19의 의학적 해결책(Medical solutions for Covid)” 3번 항목에 두 가지가 덧붙는데 하나가 백신(여기에도 느낌표 3개가 적혀 있다)이고 다른 하나는 치료제(Treatments)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류는 최악의 위기와 싸워왔고, 이제는 터널 끝 희미하게나마 탈출구가 보이는 듯도 싶다. 위기 탈출의 실마리는 누가 뭐라 해도 백신이 부여했다. <문샷>은 불라가 직접 쓴 백신 개발 이야기다. 백신 개발 주역이 집필했다는 점에서 감안해야 할 대목도 있겠지만 구체적이고 생생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만나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도전과 혁신, 리더십과 협업의 과정이 상세히 서술된 덕에, 경영서로 읽어도 손색이 없다. ‘문샷’은 달 탐사선 발사라는 뜻에서 비롯해,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혁신적 도전으로 뜻을 넓혔다. 불라가 써내려간 백신 개발, 생산, 유통의 긴박했던 과정은 달 탐사선 발사에 족히 비견된다.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앨버트 불라가 지난 2021년 2월16일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장면. 화이자 제공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앨버트 불라가 지난 2021년 2월16일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장면. 화이자 제공

화이자는 오랜 시간 쌓아온 연구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었다. 아데노바이러스, 재조합단백질, 접합 등. 그런데 최종 선택한 것은 ‘메신저 아르엔에이’(mRNA) 방식이었다. 문제는 mRNA 기술이 잠재력은 크지만 미완의 플랫폼이라는 것. 그러나 이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었고, 사람들은 많이, 빨리 죽어가고 있었다. 방향이 결정되자 불라는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고 몰아쳤다. 누군가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불라는 답했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변명의 여지는 없습니다. 해결하세요.” 일방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사명감이 직원들을 일에 몰입하게 했다. 백신 개발에 이어 생산, 유통까지 험난한 고비를 하나하나 극복하고 성공해냈다.

제약회사의 신뢰도는 바닥이었지만 코로나 백신 개발을 계기로, 또한 투명한 정보 공개 전략을 바탕으로 시민들의 신뢰는 높아졌다. 백신 지식재산권 문제와 가격 책정 문제 또한 그들에겐 도전이었고 논란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았지만, 제약사 쪽 입장 역시 이 책에서 나름의 설득력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회사의 수익도 중시하지만 ‘백신 평등’ 역시 강조하는 불라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자녀이자 그리스계 미국 이민자로 2019년 1월 화이자 최고경영자로 임명됐다.

위기는 혁신하고 진보할 수 있는 기회다. 다만 누구에게나 그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불라가 보여준 헌신하는 리더십과 이에 호응하는 팔로십의 조화, 무엇보다 그들이 지닌 과학과 기술에 대한 신념이, 인류가 전대미문의 위기를 넘어서는 결정적 발판을 마련했다. 과학에 모든 것을 맡길 수는 없지만, 음모와 불신을 극복하는 데 과학은 큰 힘을 발휘한다. 불라는 이 책에서 거듭 반복한다. “과학은 승리할 것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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