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SF 작가 필립 K. 딕 평전
에마뉘엘 카레르가 그려낸 초상
고독하고 절박했던 거장의 삶
질환·약물·환상 뒤섞인 창작세계
에마뉘엘 카레르가 그려낸 초상
고독하고 절박했던 거장의 삶
질환·약물·환상 뒤섞인 창작세계
나는 살아 있고, 너희는 죽었다 1928-1982
에마뉘엘 카레르 지음, 임호경 옮김 l 사람의집 l 2만5000원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아파트는 어둡고 쓸쓸했다. 아이는 몇 시간씩이고 혼자 엄마를 기다렸다. 엄마가 퇴근할 때까지 열두살 아이는 클래식과 오페라를 듣고 타자기를 쳤다. 음악과 타자기는 그를 살아 버티게 한평생 친구였다. 갖가지 약물에 기대고 정신질환에 고통스러웠지만, 결국 그렇게 스러졌지만, 마약과 온갖 장애조차 그의 창작 세계를 끌어가는 또 다른 요소였다. <필립 K. 딕>은 20세기 에스에프의 거장 필립 케이(K) 딕(1928~1982)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담아낸 평전이다. 프랑스 소설가이자 극작가, 영화감독인 에마뉘엘 카레르(65)가 1993년, 평생의 우상인 그의 내면을 내밀하게 풀어냈다. 책은 딕의 탄생으로 시작해, 딕이 쓰러져 숨지며 마지막 장을 닫는다. 딕은 쌍둥이로 태어났다. 나자마자 쌍둥이 누이 제인은 굶어 죽는다. 딕도 같은 처지였지만 살아남았다. 부모는 이혼하고 다섯살 때부터 딕은 엄마와 산다. 엄마는 고되게 밥벌이를 했고 아이는 혼자 놀았다. 아이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스스로에게 들려줘야 했다.” 이야기들은 비슷한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고 또 다른 상상으로 확장됐다. 엄마는 건강염려증 환자였다. 마침 신경안정제들이 나오기 시작할 때였다. “그녀는 소라진, 발륨, 토프라닐, 리브륨 등이 출시될 때마다 이 화학적 엘도라도의 개척자 중 하나가” 됐다. 물건을 방에 가득 쌓아놓아 “편집증 환자 특유의 무질서” 속에서 유영하는 열네살 아들을, 엄마는 처음으로 정신과 의사에게 데려갔다. 딕은 불안과 강박, 공황, 각종 공포증에 시달렸다. 약물에 중독될 수밖에 없었다.
필립 K. 딕이 1981년 잘 차려 입고 리들리 스콧 감독을 만났을 때의 모습.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를 원작으로, 스콧 감독이 연출한 <블레이드 러너>는 1982년 개봉했다. 딕은 이 영화가 개봉하기 직전인 1982년 3월 숨졌다. 사람의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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