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지하철역 밖에서 시민들이 서로 포옹하고 있다. 키예프 AFP=연합뉴스
근본적인 질문은 대체로 왜?로 시작합니다. 왜 사는가, 왜 일하는가, 왜 먹는가, 왜 이렇게 지지고 볶는가? 왜 혐오하고 차별하고 왜 때리고 찌르고 죽이는가? 우리는 이런 질문들을 자주 잊고 종종 거부하고 때때로 외면합니다. 근본적인 질문으로부터 동떨어져 있을 때,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고, 어디서 시작하고 끝내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됩니다.
한국에서 7000㎞가량 떨어진 곳에서 벌어진 전쟁을 시시각각 속보로 접하면서 이런 생각에 빠져들었습니다. 전쟁은 왜 하는가? 왜 교활하게 총칼로 밀고 들어오는가? 왜 죽이는가? 왜 막지 못했는가, 혹은 막지 않았는가? 처참한 광경이 그려집니다. 전쟁은 모든 사람을 죽이지 않습니다. 힘없고 약한 존재부터 산산히 부숴뜨립니다. 인간 말살과 파탄의 생생한 현장, 그곳이 바로 전장입니다.
근본적인 질문은 꽤 유용합니다. 힘들고 어렵지만 쓸모 있습니다. 중요한 결정, 어려운 판단을 할 때 기준이 되어줍니다. 왜 일을 하는지, 왜 글을 읽고 쓰는지, 왜 사회를 이루고 법을 지키며 살아가는지, 왜 아이들을 키우고 가르치는지, 질문을 던져보면 난제 앞에서 답이 홀연히 모습을 드러내곤 합니다.
근본을 묻는 물음이 담긴 책을 읽습니다. 기후위기를 논하고 평등한 세상을 추구하고 탈성장을 주창하고 성차별과 폭력을 고발하고 역사에서 지혜를 구하고 과학에서 지혜를 찾고 동물과 자연과 함께 사는 삶을 꿈꾸는 책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러나 전쟁의 참화를 목도할 때 이 모든 것이 허무해지고는 합니다. 한없이 무력해 보이는 책 읽기에서 답을 구할 수 있을까요?
김진철 책지성팀장
nowher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