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BOOK]
한네 블랭크 지음, 이은정 옮김 l 황소자리 l 1만 3500원 “모든 형태의 지방은 인체의 생존에 필수요소”이지만 “강박적으로 제거해야 할 대상이라거나 건강과 생명에 해로운 그 무엇이라고만 생각”하게 되는 건 우리가 지방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방은 어쩌다 공공의 적이 되었나?>는 “지방의 의미와 가능성”을 짚어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게 시도한 책이다. 미국의 역사학자이자 페미니스트에 평생 비만인으로 살아오며 신체와 자아, 문화에 대해 사유하고 글 쓰며 강연해온 한네 블랭크는 ‘지방이 어쩌다 악으로 간주’되었는지를 역사·사회문화적으로 살펴본다. ‘지방’과 ‘비만’은 별개인데도, 이 둘을 동일하게 보는 사회는 “어떤 질병의 원인을 아무렇지 않게 살 탓으로” 돌리며 지방을 없애야 할 것으로 인식하게 한다. 역사적으로 기독교의 금욕주의와 서구 제국주의는 “비만에 대한 혐오”를 불러 ‘표준적인’ 기준에 맞지 않는 살찐 몸은 “부적합하다는 느낌”을 받도록 해왔다. “비만에 대한 혐오는 제국주의나 인종주의뿐만 아니라 계급주의, 자본주의, 성차별 그리고 이에 따른 권력과 지배의 역동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선 “몸에 축적되는 지방을 몰아내는 일은 오직 개인들의 노력”에 달리게 되어 ‘체중 감량 산업’을 발달시킨다. 다이어트와 건강식품은 돈이 되는 장사로 연결된다. 책은 비만한 남성에 비해 비만한 여성이 어떻게 혐오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지는지 내내 드러내는데, 편견을 걷어내면서 “몸에 관한 적합성과 아름다움은 절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안내한다.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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