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BOOK] 잠깐 독서
백기완노나메기재단 엮음 l 돌베개 l 1만7000원 한 사람의 삶을 하나의 언어로 정의할 수 있을까? 더구나 백기완처럼 격동의 현대사 한복판에 뛰어들어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돌파한 불쌈꾼(혁명가)이라면 더욱 많은 각도에서 비춰볼 수 있을 테다. 이 책은 우리 곁을 떠난 지 1년이 된 백기완의 벗 43명이 모여 그를 추모한 글을 엮었다. 백기완은 “마지막 원로, 원로의 좌장, 영원한 재야, 민중운동의 총사령관”(손호철)으로 그를 아는 모두에게 기억된다. 이신범은 “많은 이들에게 일관된 노력과 투쟁을 통해 어려운 시대를 돌파하는 영감과 용기를 붇돋아주었던 인물”로, 권영길은 “혁명을 꿈꾸던 로맨티스트”로 기억한다. 투쟁가로서의 백기완만 기억하는 건 왜곡일 수 있다. 그는 문화 활동가이자 예술가였다. 그의 우리말 사랑은 너무나 곡진할뿐더러 전투적이어서 “연말이 되면 중국 한문 사자성어를 지껄이는 교수들보다 더 참된 선비요 스승”(이대로)이었다. 우리는 지금도 백기완 덕에 집회 현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되겠다. 나아가 정지영은 “미완의 뛰어난 영화감독”으로 백기완을 기억한다. 주요 현대사 관련 백기완의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벗들에게서 들을 수 있다. 이 책은 벗들이 주로 기억에 의존해 이야기를 푸는 탓에 세밀한 내용을 두곤 일부 내용이 겹치거나 부딪친다. 이는 오히려 <백기완 평전>을 앞으로 펴내야 할 필요성을 도드라지게 한다. 책장을 덮으면 질문이 남는다. 백기완 혼자 머나먼 해방 누리를 향해 떠나버리고 남은 저 무기력한 거리를 우리 새뚝이들은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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